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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Jan 18. 2023

만두를 직접 만든다고요? 직접 빚은 만두는 처음입니다만

따뜻함을 팝니다 #3


“만두를 직접 만든다고요?”     

만두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모른다. 직접 만들어 본 적도 없다. 만두 만들기의 수고로움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집에서 만든 만두를 먹어본 적도 없다. 시집오기 전까지.     

(친정엄마인 최여사님은 자식들을 위해 권위적인 남편과 이혼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낸 것이 인생 제일의 자부심인 분이시지 자식들을 위해 손수 만두를 빚어주신 적은 없다.)


사업 계획서, 결과보고서, 상담기록지 등 보고서만 15년간 써본 내가 반찬가게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리 만무하다. 당연히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권여사님. 내 시어머니시다.     

 



결혼 10년 동안 권여사님의 특징을 발견하는 일은 내게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봐가면서 저거하니까'를 하루에 백만번 사용하여 도통 계획을 알 수 없는 말투를 구사하지만 셈은 정확하다. 또 항상 겸손한 그녀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 서울대 아들 자랑은 방심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허를 찔리고 만다.


반전 매력의 그녀는 두 가지 취미가 있는데 ‘자식들 살 찌우기’와 ‘버려진 화분 주워다 살려내기’이다. 그녀의 손녀가 5살이던 시절 코로나가 창궐하여 5살 손녀와 그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어린이집도 가지 못하고 하루 24시간을 그녀와 붙어있던 손녀는 한 달 내 4킬로의 몸무게를 얻고 성조숙증 검사를 하러 갔다고 한다. 또 깔끔한 성격의 그녀는 지저분한 것을 극도로 꺼리는데 지저분한 화분에 담긴 꽃을 다시 살려내는 일에는 유독 열정적이다.


내가 발견한 그녀의 최고 강점은 (여기에서 장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고로 강점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월등히 잘하는 점이다.) 단연코 음식솜씨이다. 그녀의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 중 감동하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하는데 두려움도 없다. ‘그까이꺼 대충’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 그 태도가 바로 손녀를 한 달 내 4킬로 찌운 비결이었다. 아침먹이고 오전 간식먹이고 점심먹이고 오후간식 먹이고 저녁먹이고 야식먹이고. 딸을 끔찍이도 사랑해 퇴사도 불사한 나지만 딸을 위해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어 내는 일은 결코 하지 못한다. 하지만 권여사님은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고 치우는 일에 두려움이 없다.   

   

살면서 소불고기와 돼지갈비찜이 함께 올라오는 밥상을 받아본 적 없다. 집에서 만든 감자탕을 먹어 본 적도 없다. 집에서 탕수육을 튀기고 짜장면을 만드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권여사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랑하는 우리 최여사님은 음식대신 이혼하지 않는 것으로 자식 사랑을 표현하셨던 분이다. 그런 최여사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다시 권여사님으로 돌아와서, 그녀와 함께 있으면 사육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맛이 없으면 먹지를 않을 텐데 자꾸만 손이 가는데 어쩌겠나.     




그런 그녀와 함께 일구고 있는 반찬가게에서 시판 만두를 사다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로 음식은 사람 손이 닿아야 맛이 든다’는 그녀의 오랜 음식 철학이다. 그 철학을 바탕으로 만두지옥에 빠져본다.


만두소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50 대 50 비율로 섞고 부추 아주 많이(그녀식의 표현), 오뚜기옛날당면도 많이(오뚜기옛날당면이 제일 쫄깃하고 찰지다고 한다), 숙주, 두부는 적당히, 청양고추 아주 아주 조금 넣고 버무려 만든다. 만두가 터지지 않도록 만두 가장자리엔 계란물을 묻혀가며 정성껏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만두 700개를 새하얀 면포를 깔아 찜기에 넣고 쪄낸다. 찜기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오고 찜기의 뚜껑을 열면 뿌연 연기와 함께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만두를 하나 집어 씹는 순간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육즙이 좌르르 흘러넘치고, 만두피와 당면에서 오는 쫄깃함이 씹는 맛을 더한다. 부추와 숙주는 특유의 자기 맛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청양고추가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 비로소 만두 먹기가 끝난다.      


오늘도 손님들에게 칭찬받을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 만두야, 손님들에게 무사히 도착해서 오늘도 고된 밥벌이 하느라, 아이 키우느라 애쓰셨다고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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