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와~~~~~~~~ 오늘 메뉴 환상의 콤비들이에요^^ 김치찜 정말 밥도둑 of 밥도둑이에요. 밥솥에 밥 다 먹고~ 햇반까지 꺼내서~~ 또 계란말이가 그동안 왜 제가 한 거랑 맛이 달랐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간단한 메뉴인데도 역시 정성스러운 비결이 있었네요^^ 고소 고소 김이랑 오도독오도독 궁채까지~~~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밥상에 오늘도 그저 염치없이 감사 감사 합니다. 추운 날씨에 넘 수고 많으셨어요. 건강하고 따뜻한 주말 되시기를요^^”
저녁 8시, 식사를 마칠 무렵 한결같이 음식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해주시는 윤찬맘이시다. 그녀는 일명 우리 가게 피로회복제로 통한다. 그녀의 문자가 와야만 우리 가게 식구들 모두 피로회복제를 먹은 듯 피로를 풀어낸다.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어쩜 저렇게 따뜻한 말만 골라 할 수 있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가? 가게 식구들과 함께 그녀를 탐구해 보기로 했다.
“사장님~~ 감자를 직접 다 강판에 갈으신 건가요?? 얼마나 팔이 아프세요~~~~ 그런데 감자전이 진짜 쫄깃하고 고소하고 너무 맛있어요~~ 고추장아찌 국물에 찍어먹으니 찰떡궁합이에요~~ 예전에 저희 아이 강원도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막국수 집에서 이맘때만 먹을 수 있던 감자전 너무 그리웠는데 그 집보다 훨씬 더 맛있었어요~~~ 고등어조림이랑 오이냉국도 맛있다고 아이들이 밥을 두 번씩 먹었답니다. 이렇게 매번 정성스런 반찬으로 행복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다음에는 그냥 믹서에 갈으시고 무리하지 마세요) 주말 동안 푹 쉬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요~~~^^”
그녀가 보내주는 메시지를 단서 삼아 그녀의 나이를 추측해 본다. 그녀의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생이다. 따라서 그녀는 40대 이상이다.
”얄미운 코로나 때문에 넘 힘들었는데 사장님 맛있는 반찬 덕분에 이렇게 살아남았어요~~ 저는 무나물이 그렇게 맛있더라고요~~(혼자 그 자리에서 뚝딱했어요) 매번 애들이랑 감탄하며 맛있게 잘 먹고 있는데 날씨가 이렇게 추워지니 일하실 때 또 힘들어지실 것 같아요. 그리고 지인분이 위생점검 다녀오시더니 가게가 얼마나 청결한지 반짝반짝하다고 하시길래~~ 제가 또 얼마나 가게 자랑을 늘어놓았던지요~~~^^ 역시나 누가 보아도 신뢰하고 엄지 척할 만한 가게인가 봐요~~!!! 이번 한 달도 저희에게 맛있는 선물로 행복을 전해주신 사장님과 가게 식구분 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려니 확연히 추워지네요~~~ 그래도 마음을 나누는 따뜻함으로 훈훈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겠지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그녀의 지인이 시청 위생과에 근무하고 있다. 혹시 그녀도 공무원인 것일까?
“오늘 모처럼 김밥사서 지인들이랑 공원 나들이 갔다가 갑작스러운 비에 먹지도 못하고 웃픈 추억 만들고 왔네요~~ 다들 저녁준비하러 가는데 저만 보내주시는 반찬 자랑하며 여유로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한 주도 저희 집 건강식단으로 풍성히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공무원은 아니신가? 평일에 공원 나들이를 다녀오신 것을 보니, 현재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진 않다.
한참이나 그녀에 대해 알아나가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무렵, 그녀가 우리 가게에 나타났다! 샤인머스켓박스를 들고 말이다. 명절 인사를 하려고 직접 과일을 들고 찾아오셨던 것이다. 처음 본 그녀는 화장기 없는 새하얀 얼굴에 적당히 말라 보기 좋은 모습이었고, 머리는 짧은 커트머리로 단정한 매무새였다. 말투의 속도와 사용하는 단어에서 기품 있는 그녀의 성격이 묻어난다. 우아한 몸짓으로 허리 숙여 인사하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신다.
본인 비용을 지불하고 드시는 음식에 저렇게 감사인사를 보내는 우아한 그녀의 정체는 바로 살아있는 천사임이 분명하다. 그 뒤로도 그녀는 크리스마스에는 수제쿠키, 연말에는 레드향을 보내주셨다.
소위 진상이라고 말하는 예의를 갖추지 않은 손님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럴 때 우리의 피로회복제 손님, 윤찬맘을 한번 빌려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듯, 다정한 손님으로 잊히기를 바란다. 결국 우리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지만, 사람만이 그 상처를 보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저녁 8시, 오늘도 어김없이 반가운 문자가 도착한다. 그녀의 갖은 미사 어구, 몇 개인지 알 수 없는 과한 물결과 느낌표는 언제나 나를 위로하고 응원한다. 따뜻한 그녀처럼 나이 들고 싶다.
@ 사진 서울경제.2023.01.19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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