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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May 18. 2020

커밍아웃보다 더 어려운 고백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께

"고맙습니다, 작가님~"


이런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화들짝 놀랬었다.


'저..... 저요?'

머리를 긁적이면서 되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들을 때마다 놀라는 그 말에 적응을 한다고 스스로 얼마나 세뇌를 했나 모른다.


'그래. 작가가 별거냐! 나도 작가다! 브런치가 날 그렇게 불러주잖아. 작. 가. 님!"

정체성의 옷을 입은 대로 살아진다는 어느 책의 구절처럼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작가다'하고 주입시켜놓으면 나도 그 말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았다.


자기 최면이 제대로 먹혀들어가서였을까?

"저.. 글을 쓰는 사람이 싶어요.."란 말이 어떤 고백보다 부끄러웠던 기억이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샌가  작가님이란 호칭에 자연스레 대꾸를 하고 있다.

그 모양새가 손톱 옆 거스러미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 언제부터 작가였냐? '어쭙잖은 마음속 행세에 따지고 싶어 진다.




사실, 작가라는 단어는


수녀, 선생님, 자원봉사자....

이런 것보다 내게 더 경건한 마음을 들게 했다.



그래 봐야 어쨌든 팔리고 읽히는 글을 써야 하는 것이 작가의 운명이지만 이상하게 다른 직업과 한 끗 다른 느낌이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단어에서 풍기는 고고함? 아무나 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겨진다.

그 한 끗 때문에 나도 그렇게 그놈의 작가! 가 되고 싶겠지..


분명, 아무나 할 수 없는 느낌에 매료되었는데 '나. 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양가감정도 자라고 있었다.


1분 안에 양파 10개를 썰어내는 기술은 언감생심이면서 자판을 두드려서 글을 채워가는 건 슬며시 손을 들어보고 싶어 졌다.


크기야 달라도 머리통 하나를 채운 똑같은 뇌 배열과 생각을 키보드로 문제없이 옮길만한 손가락 타법쯤 있다면 사는 게 다 이야기라는데 나에게도 걸쭉한 스토리 하나는 나오겠지....

깊이 들어가 보면 나는 아무나 가 아니라는 주제넘은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고백한다.


왜 되고 싶은가?


요즘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묻는 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글로 옮기고 싶은지 물으면 대게는 뚜렷한 답이 없다.

그리고 답할 수 없는 사실을 자책한다.



자책으로 버무려진 포기 카드를 꺼내놓는 손을 붙잡고 말하고 싶다.

당신도

나처럼 그저 '작가'라는 이름이 가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백설공주가 예뻐서 좋다는 아이들의 이유처럼 '그냥!'

단순하면 또 어떻냐고..



그냥 하고 싶다는 말을 꺼낸 것으로 족하다.

"준비도 안 돼있는데 무슨 작가가 된데?" 하는 시선이 꽂힐까 두려움 마음은 일단 제쳤다.



타인에게 어떤 해를 가하지 않는데도 하고 싶은 걸 말로 옮기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그 대단한 걸 해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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