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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Apr 10. 2021

학교에선 그래도 된단다.

"기분이 어때?"


갑자기 추워진 날씨탓일까 아이는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한다.

"응, 조금 떨려."

"떨려? 왜?"

여덟살 꼬마는 어떤 기분일때 떨리는 마음이 드는지 기억이 안나는 나는 이내 다시 물었다.


"실수할까봐 떨려"

"누구나 실수도 하지 너도 1학년, 친구들도 1학년 모두 처음이니까. 실수해도 괜찮아!"


이렇게 말해주자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고 보니 나는 아이에게 실수해도 괜찮을 환경을 만들어주는 부모였던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질적으로 불안도 높은 엄마인데다 처음이라 서툴렀던 나는 아이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다. 뭐든 빨리 해내는 도전적 기질인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야 많이 실수할수록 스스로 해내는 것이 많다는 걸 깨달은 엄마였다.


진짜 내가 해준 말처럼 학교에선 그래도 된다.실수하면서 배울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니까 스스로 혼자 해결하는 연습만큼 살면서 필요한 덕목이 있을까? 뭐든 다 살펴주는 유치원이 아니라 학교안 생활을 알수없게 된 초보 학부모의 걱정에도 대답이 되었다.

공부만 배우러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필요한 삶의 필수요소들, 줄을 서고 내물건을 챙기고 청소를 하는 것들을 충분히 시행착오를 거쳐서 호자 해내는 시간을 거치러 간다. 실내화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매운반찬을 못먹어 배가 고파보기도 하는 것도 배우러 간다. 

입학식때 담임선생님은 학부모들에게 둘러쌓였었다. 사소한 질문이 쏟아지는 걸 차례를 기다리면서 듣고 있었는데 어느 아버지가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데 어린이용 젖가락을 따로 가져와도 되는지를 질문했다.


그말을 듣고 나도 아이에게 손가락을 끼울 수 있는 젓가락을 챙겨줄지 물으니 

"아니, 그냥 해볼께. 내가 생각한 방법이 있는데 안되면 그냥 숟가락으로 먹을께"라고 대답했다.

젓가락질을 연습한다는 대답이 아니라서 나는 폭소했고 아이도 따라 웃었다.

젓가락이면 어떻고 숟가락이면 어떠랴. 생존의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가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으로 지식과 정보는 전할수있어도 이런것들은 길러줄수있을까?

새삼 이런 소소해보이지만 중요한 것을 할수있는 기회가 감사해졌다.

초등 1,2학년에게 전일 등교란 방침이 내려진 것도 이 시기가 삶의 중요한 덕목을 익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온라인학습으로 공부만 배운다고 전부가 아닌 진짜 중요한것을 배우고 익혀야 골든 타임이다.


인생의 골든타임은 이런 어린 나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매년  올해가 나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있었다. 시간을 흘려보내지말고 성장해야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이럴 때가 아닌데하면서 인생의 적당한 때를 나혼자 규정하고는 조바심을 낸다.


엄마가 아닌 내가 이루고싶은 하고 싶은 것들이 눈앞에 있을 때, 변할수 없는 상황이나 자신에게 불만의 화살이 간다.

그런 조바심이 들때면  이 말을 떠올린다." 아이에게 엄마가 꼭 필요한 때는 길지않아요. 그때는 아이를 봐주고 그 뒤에 내가 원하는 일, 성취하고 싶은 일에 매진해도 늦지 않아요." 자기 성장에 가속을 붙이지 못해서 자책하려고 하는 시점에 나에게 울림이 되어주었던 말이다.


아이에게 엄마라는 이름의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평생 필요하다 할것같지만 언젠가는 자립해버릴 아이를 생각하면 골든타임을 즐기면 함께하란 것이다.


사실 나도 이상하게 떨렸다. 부모란 이름이 '학'이란 글자하나 다는 것인데 그 한글자의 무게가 이런 느낌일줄은 몰랐다.

마치 아이를 낳기전 낳아서 잘 키울수있을까?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앞으로 공부나 학교생활을 잘 살펴봐줄수있을까 며칠을 떨려했더랬다. 가보지 않은 길, 해보지 못한 경험은 막연한 걱정이 된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면 "잘"해내는 것보다 그저 부모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도 허덕였다. 그렇게 눈앞에 당면한 과제를 쫒고 풀어가다보니 어느새 부모8년차가 되어 있다. 돌아보면 조금 더 잘 할껄 후회가 되는 시간도 많다. 지나고 나면 오늘이 후회할 과거가 되어있을지 모르니 오늘의 골든타임에 집중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너의 골든타임을 함께 할께. 나도 오늘부터 1학년 학부모로 골든타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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