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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엄마의 다정한 육아
심청이도 울고 갈 효녀.
양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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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다 쓰다
Sep 6. 2020
달빛 가득 받은 벚꽃잎처럼 뽀얗고 투명한 두 뺨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역시.. 명불허전 아기 피부구나 싶다.
혈연임을 막론하고 내가 낳았지만 참 부럽다.
나는 출산 이후 온몸에 기름기가 좍좍 빠지고 있는데 아기는 날마다 싱그러워진다.
진심으로 부러운 아기들의 뽀얀 피부와 탄력..
첫째 아이는 아기 때도 아주 흰 피부는 아니었는데 둘째는 실핏줄이 비칠 정도로 피부가 얇고 투명했다.
코를 찡긋거리면 눈웃음을 치며 웃는 둘째는 어디든 데리고 나가면 뽀얀 얼굴로 방긋방긋 웃어서
이쁘단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세상 시니컬한 표정의 첫째를 데리고 다니다가 그런 말을 들으니 아기 엄마로의 이상한 아기 부심(?)이 느껴졌다.
17개월 즈음되었으려나? 내 무릎을 전용 소파처럼 사용하는 아이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던 어느 날, 왼쪽 눈 아래 뭐가 생겨 보니 아주 희미한 점이었다.
별 대수롭지 않게 '하이고 이 조그맣한게 사람이라고 점도 생기네~' 하고 지나갔는데 이게 하루하루 커지는 느낌이 든다.
느낌적 느낌이겠지 했는데 다른 사람 눈에도 단박에 뜨일 정도로 진해지고 아이가 쑥쑥 자라는 것과 발맞추어 더 커져갔다.
오서방 점처럼 엄청나게 큰 건 아니라도 얼굴 전체에서 딱 그 점만 눈에 계속 들어왔다.
식상하지만 티끌하나 없는 순백의 얼굴이었는데 눈 바로 밑에 시선을 모으는 점이라니...
내 얼굴에 잔뜩 내려앉은 기미보다 아기 얼굴의점 하나에 더 속상했다.
내가 점 생성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처럼 관심 많은 사람이 더 있었으니 바로 친정엄마였다.
남편은 "점이 생겼네."하고 끝이지만 여자들을 또 달랐다.
얼굴을 볼때 마다 "왜 하필 눈 밑에 점이.."란 말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얼마나 그 생각을 계속 하셨는지 같이 외출했다 돌아오던 지하철에서 옆자리 아줌마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
"어머 아기가 어떻게 이렇게 잘웃고 이뻐요~ 손녀예요? 외손녀?"
손주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아기때부터 생글생글 낯 가리지 않고 잘 웃어요~"까지만 하고 끝내면 되는데
"근데 원래는 없었는데 눈 아래 점이 갑~자기 생겨가지고 "
묻지도 않은 점은 탄생 비화까지 알려주는게 아닌가..
그 점만 없다면 원.래.는 더 귀엽다고 어필하고 싶었을까?
일을 하게 되면서 아이를 돌봐주시게 된 친정엄마는 자주 "아휴 우리 둘째~하필 눈밑에 점이 나가지고.. 나중에 학교가면 떼줘야지.눈 바로 밑에라서 안되려나."하고 시시때때로 말했다.
그럴때면 "왜 엄마는 자꾸 뗀다고 그래~예쁘구만~ 매력점인데~ 우리 둘째는 이 점이 젤 이뻐~"하고 말을 가로채서 점의 논란을 끝내기도 했다.
어릴 때 누가 내 칭찬을 하면 "아휴~ 헛똑똑이예요. "이런 수식어를 앞에 잘 붙였는데 가끔 "엄청~똑소리나요~"이렇게 말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내 속마음처럼
친정엄마도
백옥얼굴에 점은 불청객처럼 느
끼셨겠지..
하지만 아직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아이에게 이게 이상한건가? 부정적인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엄마, 자꾸 떼준다고 말 하지마! 내 얼굴이 보기 싫다고 애가 느끼면 어쩔래?" 핀잔를 주면 알겠노라 하면서도 자주 점타령을 했다.
아이는 눈썰미도 꽤 좋고 외모에 관심많은 다섯살로 자랐다.
나와 둘이 나란히 욕실 거울앞에 서서 양치질을 하다가 자기 얼굴을 요리저리 살펴보더니 말한다.
"엄마? 내 점 떼면 엄마 줄께~"
대단한 선심쓰듯 고개를 두번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하길래, 치약 거품 문 입으로 급하게 대답했다.
"아니!!! 엄마 점 엄청 많은데? 엄마 안줘도 돼!"
내 얼굴을 슥 살피더니
"아
~
맞다
. 엄마 점 엄청 많지.."
하고 실망한 기색이다.
외모에 관심많은 사춘기 아이처럼 내 얼굴에 점이 없었으면 생각하는 걸까? 궁금해져서
왜 그 점이 하필 엄마에게 주고 싶은 건지 물었다.
거실로 소리가 새어나갈까 싶어 내쪽으로 다가와 조용히 말한다.
"응~ 제일 예쁜 점이니까~엄마한테 주고 싶어서 "
"아......."
효녀도 이런 효녀가 있을까?
나만 아이들에게 최고의 것은 다 주고 싶은 줄 알았는데 이 사랑은 일방통행은 아닌게 확실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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