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73세항공점퍼입는할머니가되고 싶다.

by 맵다 쓰다


5월은 행사가 가득한 달이다.

챙겨야 할 대소사가 연이어 있고 제대로 못하던 사람 노릇도 해야 한다.

그 날만큼은 자애로운 부모의 역할도 해야 하고 철없던 제자로써 감사함도 되새겨봐야 한다.

특별한 날일 때만 체면 치례 하기 바쁘지만 자식으로의 도리도 해야 한다.

이번에도 선물은 무엇을 고를지, 현금은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다. 용돈, 선물, 맛있는 음식도 같이 한 끼 먹는 뻔한 레퍼토리지만 내가 생각한 최선이기에 그 레퍼토리 안에서 또 고민을 한다.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며칠을 생각했다. 지난번 사드린 마사지 치료기는 별로 쓰시지 않는 것 같아서 필요한 것을 여쭤볼까 하다 그만뒀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너희만 잘살면 된다."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 뻔하다.


모르긴 해도 부모님들 10분 중 9분은 이런 대답이 아닐까? 물론 현금이 더 좋다는 센스도 붙이시겠지만 장성한 자식이라도 받는 것보다 주고 싶은 부모님의 진심을 너무 잘 안다.

우리 부모님들 세대를 끼인 세대라고 한다. 효도를 해야 하고 자식에게도 헌신하지만 본인은 챙기기 어려운 세대란 말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제 노년은 자식보다 당신을 위한 삶을 살고 즐기시라고 해도 소용없다.

그리곤 늘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게 부모 마음이다. 너희도 나중에 나이 들어봐라.."


진짜 나중에 나는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자식의 삶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 말이다.

나도 부모가 되었지만 부모님들 같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싶다.

워킹맘인 나는 양쪽 부모님들 덕에 일을 할 수 있다.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하원 문제를 해결하고 시어머니는 일하는 며느리 힘들까 싶어 수시로 반찬을 싸오신다. 아이 중 하나가 아파서 입원했을 때는 친정, 시댁 할 것 없이 온 어른이 총출동이 되어서 집에 있는 아이, 입원한 아이를 봐주시는 비빌 언덕이 있다.


너희 일인데, 손주들 일인데 하면 열일을 제치고 달려오는 부모님들처럼 생각만 해도 마음 한편이 저릿한 부모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부모가 될 것 같다.



나에겐 가만있지 못하고 배우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 무리가 있다.

언젠가 우리가 나이 들면 어떤 모습일지 서로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데


누군가는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고 있을 것도 같고, 한 친구는 엄청난 몸짱 할머니가 되어있을 것도 같다고 했다.

손주는 안 봐준다고 해놓고 그때 돼서는 조손 육아를 하고 있는 모습, 여유롭게 은퇴해서 멋지게 글 쓰는 전업작가의 모습도 그려봤다.


다들 지금의 모습에서 흰머리 희끗한 모습이 오버랩이 된다.

취향이나 여건에 따라 상상되는 모습은 다양하지만 똑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삶은 모습은 달라도 마인드만은!!


"쿨(cool)한 할머니가 되자!"


잔소리 폭탄을 날리는 할머니도, 아낌없이 주는 할머니도 되지 말고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쿨한 할머니가 되자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세상 재밌는 것들을 배우자고 했다.


"얘들아, 이런 새로운 기능 너희 아니?" 새로 나온 기술을 서로에게 알려주며 돋보기를 끼고 노트북을 두드리며 멋진 디지털 노마드 할머니들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진짜 우리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부모님들의 기대를 받고 남녀가 평등하게 교육받고 자란 세대들, 우리는 MZ세대로 불린다.


M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조금은 다르게 자라온 MZ세대가 할머니가 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상상해봤지만 뭐라고 정의하기는 어려웠다. 막연하게 여러 가지 의미로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것 말고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윤여정 선생님에게 ‘입어달라’ 매달렸다. 돈을 들여서라도 비싼 비용을 기꺼이 내가며 윤여정이 선택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이 멋진 ‘대배우’는 화려한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26일(한국시각) 미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역사를 새롭게 쓴 윤여정의 스타일을 책임진 앨빈 고(Alvin Goh)의 말이다. 그는 미국 뉴욕포스트 페이지 식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초고가 의상만 250벌이 넘는다”면서 “화려한 장식의 의상도 많았지만 윤여정 선생님은 ‘난 공주가 아니다. 난 나답고 싶다’며 물리쳤다”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기사 中>



어제 신문 기사를 보다가 이런 73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윤여정이 입은 항공점퍼 사진을 여러 번 들여다봤다.

힙- 한 할머니의 패션센스 때문만은 아니다.


'이 할머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구나..'


윤여정에게 오스카상 시상식 백스테이지에서 입은 항공점퍼는 '나다운 소신'의 표현이 아닐까?


그럴듯한 말 한마디 할 법 도 한데 내 연기는 "생계형 연기"라고 말하는 사람.

아무리 값비싼 협찬이라도 나와 어울리지 않기에 거절할 수 있는 '나다운 걸 '아는 사람.

오스카 상을 받지만 연기에 순위를 매길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소신이 있는 사람.

'미나리' 시나리오가 진짜 이야기라서 선택했다는 일에 대한 주관이 있는 사람.

옷 잘 입는 비결은 35살 어린 김민희나 공효진 옷을 따라 산다는 귀여운 배움 의지가 있는 사람.


나다운 것을 잃지 않고 나이 든다는 것이 우리가 말했던 쿨(cool)한 할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은 내가 나의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를 찾는 것이라고 한다. < 정체성의 심리학, 박선웅>

쿨하게, 멋지게 나이 든다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아서 완성해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 같다.


내가 하는 일, 하는 말,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를 향해 쌓아 가는 삶.

"드레스엔 항공 점퍼지!"라고 어떤 자리라도 소신 있게 나다움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단정한 손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