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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Nov 17. 2019

이렇게 살면서 가오리~

삼한사온육아맵쎄이


"안녕~"


"어서 인사해봐~"


"빠빠이~"



 센티인지 가늠할 수 없는 두꺼운 유리벽 뒤로 유려한 수영 솜씨를 뽐내면서 커다란 가오리 한 마리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존재감 있는  크기지만 다른 물고기들에 눈이 간 아이가 그 순간을 혹여 놓칠까 봐 마음이 급하다.

 가오리가 보고 싶다고 해서 간 것도 아니고  작은 물고기들이 가오리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나는 놀러 왔다는 말과는 다르게 상어며 가오리며 자주 볼 수 없는 것이 나타나면 조바심을 낸다.


"우와 가오리네~가오리가 우리 보고 있어~"


"저거봐~ 우리를 보고 꼭 웃는 거 같지 않니?"


가오리에게 인사하는 게 미션 완료인 듯 그렇게 속사포 같은 말을 쏟아낸다. 한참을 가오리와의 조우를 하고 나서 자리를 옮기는데 그제야 가오리에 대한 설명이 눈에 들어온다.


음.. 상어에서 진화한 생물이고 상어와 천적이며 상어를 납작하게 눌러놓은 모양이군..

그러고 보니 상어를 눌러놓으면 마치 편육처럼 가오리가 된다는 건가?

그리고

... 뭐?!!


가오리 눈은 위에 있다고! 그럼? 저 아래 있는 건 뭐지?


아....

가오리 코와 입이었구나...


여기까지 설명을 읽고 방금 전 내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우리는 가오리 콧구멍에 대고 그렇게 신이 나게 손을 흔들었구나..


뉴스에서 정정 보도를 하듯 재빨리 아이들에게 말을 했다.

"아! 엄마도 몰랐는데 가오리 눈 저게 아니래! 눈은 위에 있고 저 입 위에는 코라고 적혀있어. 콧구멍!"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올려다본다.

"그래?"


"하하하.. 우리가 콧구멍에 대고 인사를 했어! 다시 눈을 찾아서 인사해주자!"

콧구멍이란 말에 아이들은 가오리의 입인지, 코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웃음이 터져 한참을 깔깔거렸다.


엄마는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준 틀린  정보가 민망해서 괜히 웃음으로 마무리를 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 내가 아는 걸 믿어버린다


진실이고 잘못 알리 없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나를 덮어서 뭔가 새롭게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어쩌다 새로운 신념이나 사실들과 마주칠 때 모르고도 잘 살아온 나에게 놀랄 때도 있다.

그러고 보면 생각보다 아주 적은 것만 알고도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더 잘 알고 싶다는 생각 없이  그렇게 살아왔는데 아이가 대화가 통하고 질문을 하는 나이 다가서니 나도 자꾸 알아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정확히!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학습법은 바로 누군가에게 내가 공부한 것을 가르쳐보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아는 것이 진짜 사실인지부터 나는  완벽히 이해했는지까지 혼자 그저 쓱 읽고 덮는 지식의 습득과는 다른 차원의 학습이 된다.


사실, 잘크고 있다는 건 누가 정할 수 없이 그저 다들 약간의 자신감과 얼마만큼의 자기 실망을 가지고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런데 요즘 나는 자라면서 보다 부모가 된 지금, 내가 더 잘 자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보여주는 삶과 들려주는 이야기를 티끌의 의심 없이 흡수하는 아이들과 같이 자라다보면

브리태니커가  되고 각종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태어난 것처럼..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으니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한 가지는 꼭 가져가야겠다.


가오리 콧구멍을 눈이라고 해도 그저 믿어주고 아니라고 해도 웃어주는 그런 너와 나의 관계 말이다.


그렇게 나는, 또 우리는 살아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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