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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Nov 27. 2019

절대적 존재가 된다는 것

삼한사온육아맵쎄이



이 돌을 옮겨보아라.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아보아라.


멋진 모양이 되도록 네  마음대로 조각해보아라.


아주 조그맣고 가벼워 보이는 돌을 나에게 신이 건네주며 한 말이다.


"그러죠!"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갈 만큼 0.1초의 주저도 없이 나에게로 온다면 잘 해내리라는 자신감이 삐져나온다.

나의 손에 와 닿기 전까지는  나의 의지와 다를 것이라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나에게 주어진 이 작은 무게는 예상과는 다르다. 아니 예상이란 것이 되는 게 아니었다.



이 모든 건 쉬울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하나 쉬이 넘어가는 게 없고

단숨에 이룰 것 같지만 수백, 수천번이 쌓아져야지 작은 홈이 하나 파인다.




고작  반걸음 뒤에서 내 앞으로 오게 하는 일도 

씻기고 입히어 정돈되게 하는 일도

어떤 모습을 상상하며 무언가로 만들어가려는 일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내려갈 수 없는 시소의 위쪽에 앉아있는 느낌...

절대적인 '을'이 되는 것 같은 기분...

단숨에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존재,


알고 보니 이 돌은 신이 내게 작은 절대자를 보내준 것만 같다.

신이 다 돌볼 수 없어 엄마를 보내줬다고 하는 것처럼 

아마도 절대적인 존재에 평생을 나를 비춰보며 살라고 자식을 보내주는 가보다.


나의 절대자는

이제껏 살아온 인생의 최고치를 모두 경험해주게 한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게 만드는 최고의 기쁨도

나에게 득해지는 것도 아닌데 내가 더 기쁜, 한 단계 위 희열도

깊이를 알 수 없는 회한과 뿌듯함도

털끝의 의심 없는 순도 99.9%의 사랑도

한 번도 시험받지 않았던 내가 참을 수 있는 인내의 한계도

나도 처음 보는 나의 다양한 인격들도


그리고

나를 우주라고 믿는 순수한 신봉자가 되어준다.


너무나도 다양한 감정의 임계점 끝까지 밀어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라는 걸 만나보기 전엔 림짐작으로도 없었다.

또한,

나도 그런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걸 알아채지도 못하고 살아왔다.

마주쳐보니 뒤로 돌아봐진다. 



나는 그런 절대자를 가졌다.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의 그런 절대자로 자라왔다.





절대자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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