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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Feb 27. 2022

처음 생긴 내  집

이사를 왔어요.

처음 가져보는 내 집으로요.

첫 내 집.

그 세 글자가 한 글자 한 글자 벅차게 다가옵니다.


'나중에 내 집이 생기면...' 하고 미뤄오던 공간에 대한 욕심이 이사와 함께 고개를 듭니다.

그러다 보니 책 보는 시간보다 인스타, 오늘의 집 속 사진을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요즘엔 이런 게 유행이구나!'

'이 사람은 공간을 이렇게 꾸몄구나!'

잡지 속 한 컷처럼 멋진 집이 이렇게 많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끝도 없이 스크롤을 내리면 나오는 예쁜 물건을 보면

'저 화병을 놓으면 저런 센스가 돋보일까?'

'이 러그를 깔면 분위기 깡패가 될까?'

이런 마음에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고 있습니다.



유행하는 오브제, 국민 조명, 1초에 하나씩 팔린다는 가구.

미드 센츄리니 웨인스코팅이니 새로운 용어들이 익숙해집니다.

하나같이 멋지고 좋아 보이는데 내 집에 들어온다면? 하고 가정해보니  선뜻 결정이 내려지지 않네요.


결정장애가 있어서인지 예산의 제약 때문인지 이토록 어려운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이유는 나를 닮은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었어요.

사진 속 공간은 그들이 꾸며둔 그들만의 공간이니까요.

그런 생각이 들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나를 닮은 공간을 꾸며볼 생각입니다.


인테리어를 원래 좋아했다면 조금 더 쉽겠지만 그런 취향이 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기로 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자 친구이기도 한 유니 홍의 사진엽서와


https://instagram.com/_yunihong?utm_medium=copy_link



늘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이자 사랑하는 동생인 마인드 카소님의 그림 포스터를  제가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에 붙여줍니다.


https://instagram.com/mindcaso?utm_medium=copy_link



아무렇게나 물건이 널브러진 공간이었던 예전 집에서는 차마 붙이기가 미안해서 고이 모셔두었던 것을 꺼내봅니다.


눈길이 닿을 때마다 미소가 지어집니다.



필름 카메라로 담아낸  한가로운 바르셀로나의 햇살처럼,

매일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happy day,


새로운 곳에서 흘러가는 매 시간, 하루의 일상이 작은 행복으로 채워지면 좋겠습니다.


의미와 이유가 담긴 선택이 늘어가면 나에게도 취향이 생길 것 같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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