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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Jan 20. 2020

양준일이 내게 해 준 그 말

티브이를 최근 잘 보지 않는 나도 요즘 대세가 누구인지 알 만큼 30년 만에 세상으로 소환된

 "양준일"이 연일  기사에 오른다.


대체, 무엇이 그렇게 특별하기에 조금은 궁금해질 즈음.. 그의 특집 영상을 보게 되었다.



(양준일 인터뷰 中)


 중학교 때 처음으로 춤을 접했어요.

전 공부를 못했어요. 그런데 누나나 남동생은  언제나 1등을 했어요.  비교적 나는 공부를 못하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거는 안되는데 춤은 노력을 안 해도 그냥 혼자 올라오는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에 집중이 자연스럽게 춤으로 갔었어요.


내가 1집, 2 집하고 사람들이 "연예인, 가수 아무나 하냐?", "네가 무슨 가수를 해?"

이렇게 말했죠.

그런데, 전 이렇게 생각했어요.


누가 예를 들어 치킨집 열었다가 문 닫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나도 음반 내고 망할 수 있는 권리 있지 않나요?


음악은 하나의 passion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하나의 열정으로 음악을 내가 해보고 싶었어요.









정확히는 아니지만 '리~베카'와 '가나다라~마바사'정도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으며 그의 영상을 보고 있자니 지금 들어도 세련되고 파격적인 노래와 안무, 패셔너블한 의상까지 그의 재능이 너무 아까워서 '시대보다 너무 빨랐어..'를 연발하며 그의 삶에  몰입이 되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빛을 못 본 예술가, 연예인들의 삶이 그렇듯 안타깝고 굽이굽이 사연 많은 그의 삶을 그저 화면 밖의 구경꾼이 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보던 중 이 말을 듣고 순간  내 심장이 저릿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세상의 잣대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에. 게. 힘을 빼고 웃으면서 말해준 그 말..



'내가 망할 수 있는 권리...'


20대에 저런 생각을 했다니 그의 사고의 자유로움이 순간 경이로웠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저 말을 전해줘서 고맙기까지 했다.






몇 달 전에 나를 알고자 야심 차게 작성하던 '자아탐색 질문지'를 끝내 마무리를 못하고 덮어둔  이유를 양준일이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는 실패한 일은 무엇인가요?'란 질문..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이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시련이 없는 삶은 아니었지만 내가 떠올릴만한 실패는 찾아봐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난 사실 살면서 실패하지 않는 경로를 살피고 또 살피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삶을 사는 사람보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나 역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승부에만 패를 던지는 게임만 하면서 살아왔다.

그런 패는 나를 그저 그런 안온한 삶으로 이끌었다.


조용하고 편안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

호수와 같은 삶..

누군가 돌을 던져줘도 그저 일렁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갔다.



내게 기억에 남는 큰 실패가 없었던 이유는 스스로에게 실패할 권리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나는 자유여행의 선택지는 주지 않았다.

나는 가이드가 짜주는 패키지여행 중에서만 잘 골라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안에서는 편안하고 여유롭지만 예상 밖의 재밌고 흥미로운 사건도 없다.

그저 틀 안에서 행복함을 느낄 뿐이다.

재미없는 가이드의 농담도 들어줘야 하고, 사기 싫은 기념품샵에서 의무적인 시간을 보내고 돈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무방어전 같은 소비를 하면서 말이다




아쉽게 꿈을 채 펼치지 못한 양준일의 다시 조명받는  삶 때문이 아니라 30년 전 청년 양준일이  생각했던 그 말이 오늘의 나에게  울림을 준다.




너는 꼭  성공할 거야.

될 때까지 하면 된다.

노오력이 부족하다.

그만 생각하고 실천해라.


이런류의  말보다 더 뼈를 때린다.

세상 그 어느 자기 계발 실용서의 멋진 문장보다도  가장 강렬한 말인 것 같다.

어떤 말보다 행동에 옮기거나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실패해도 괜찮아! 보다 더 현실적인 조언...

실패했는데 당연히 안 괜찮지!

하지만 그 실패하게 되는 결과도 내가 선택한 권리이다.




열 살 꼬마가  장래희망으로 대통령이라고 적어 내는 것 같은  개연성으로,

나도 뜬금없이 '유명한 작가가 될 거야!'라고 해놓고 자꾸만 작아지는 내게 잊었던 이 권리를 찾아줘야겠다.



Why not?  It's my life! Failure is mine, too!



망하는 것도 나의 삶이다.

이 긴 삶을 어찌 성공만 하고 살 수 있겠는가..

실패할 수 도 있다는 삶을 진리를 깨닫게 되면 어떤 것도 못할 것이 없어진다.

사실, 극단적으로 망하는 것 말고  운이 좋아 잘 될 수 도 있고 그저 그렇게 굴러갈 수도 있고 나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사업이 실패하면 인생이 실패하는 것처럼, '저것 봐! 사업은 아무나 하나..'

마치 망하기만을 기다렸던 사람들처럼 말하는 다수 속에서, 그런 다수로 살고 있는 우리들..

 '아... 만약에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에 수많은 선택지를 펴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가는 나의 지난 시간과 비슷한 청춘들..


그들도 나처럼 내 권리 중에 한 가지를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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