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맵다 쓰다 Oct 12. 2022

빵과 글쓰기

인생은. 쓰다

Q. 글은 어떻게 하면 잘 쓰는 걸까요?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가는  글쓰기를 잘하는 법으로 삼다(三多)를 꼽는다.

원래 삼다(三多)는 중국 송나라의 시인 구양수가 말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을 말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방법이다.


조정래 작가는  자신의 경험으로 비추어 봐도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황홀한 글감옥>이란 책에서 말한다. 차이가 있다면 구양수가 말한 다독, 다작, 다상량의 순서를 바꾸어 읽고, 생각하고, 쓰자고 주장한다.

또한 이 세 가지에 투자하는 시간도 차등을 둬서 4:4:2의 비율로 해야 한다고 한다.

삼다(三多)를 10으로 두자면 다독(多讀)에 4를 할애하고, 다상량(多商量)에도 똑같이 4, 그리고 다작(多作)에 2만큼 할애해야 진짜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이미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을 많이 읽고, 읽은 시간만큼 작품 생각을 한 뒤에 생각이 정리가 되면 글을 써라"

라는 말에서 왜 글쓰기가 어렵고 잘 써지지 않는지를 배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모두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다. 무작정 쓰기만 한다고 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책을 덮어버리고 생각을 이어가지 않으면 잠시 글과의 유희를 즐긴 것이다. 책을 통해서 깨닫고 사색할 거리를 찾아서 생각의 물꼬를 트는 일이 쉽지는 않다. 잘 쓰고 싶은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를 '입력'과 '출력'이라는 컴퓨터 언어쯤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은 계산 값을 도출해서 기록하는 슈퍼컴퓨터가 아니다.

어떤 값으로 나올지 각자 작가만이 가진 회로를 통해서 언어로 탄생시켜야 하는 게 글쓰기이다.



3다(三多)(다독, 다작, 다상량)중  의  다상량(多商量)상은  헤아릴 상(商),  량은 헤아일 량(量)이다.

헤아린다는 뜻이 2번 들어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그냥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헤아리고 헤아리라는 의미 아닐까? 의미를 파악하는데 한 번, 전달된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데 또 한 번.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독서도 즐기고 일기나 기록을 꾸준히 써나간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다독과 다작을 하면서도 쓰기에 힘이 빠진다면 다상량에 집중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글 잘 쓰는 방법과 순서는 이렇다.   


1.   책을 많이 읽는다.

2.  그리고 행간에 사유를 한다.

3.  글을 많이 따라 써 본다.

4. 글을 쓴다.

5. 고쳐서 또 쓴다.


조정래 작가의 순서와는 조금 다르고 더 추가가 되었다. 잘 쓰는 사람이 아닌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바로 글로 나올 문장의 힘이 부족한 상황일 수도 있다.


각 단계 녹록지 않는 게 없다. 책을 읽고 행간의 사유도 힘들지만, 따라 써 보기 역시 엄청난 체력전과 성실함이 필요하다.


독서의 경우는 비교적 힘들지 않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활자 읽기는 즐기는 편이여 글쓰기에 진입이 조금  쉽긴 했다. 수 십 년간 알게 모르게 스민 문장들이 자연스레 글쓰기로 활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쌓인 문장의 유효기간은 분명히 있다.  본격적으로 쓰기를 시작하면 진짜 체력이 필요하고 체급이 드러난다.


글쓰기 체급의 차이를 쉽게는 독서의 양으로 만회하려 한다.

[1번. 책을 많이 읽는다]에만 빠져 있는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는 활자를 먹어치운다.

먹어치웠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마치 음식 빨리 먹기 대회의 푸드파이터처럼 이게 샌드위치인지 물인지. 콜라인지 모르게 입안으로 밀어 넣고 목구멍으로 넘기기 바쁘다. 얼마나 많이 읽고 기억하는 가만 집중한다.

음식 빨리 먹기 대회라면 많이 빨리 먹으면 1등인데  독서라면 말이 달라진다.


[2번의. 행간의 사유를 한다.]는 대한민국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낯설다.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생각의 싹을 행간에서 틔워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최대한 느리게 책을 읽어야 한다.

작가가 공들인 문장을 천천히 읽고 의도와 뜻을 생각해본다. 이런 의미일까? 저런 의미일까? 돌려가면 눈으로 코로 먼저 만나고 입으로 맛보는 와인처럼 대해본다.


왜 이런 문장을 적었을까? 나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책이 나에게 의미를 전달하기만 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책과 쌍방으로 주고 받는 상태가 된다.


연극 속 독백 대사처럼, 혼자 짐작하고 결심하고 물어가면서 내 생각을 세밀하게 벼려간다.

독자가 아닌 작가로의 독서는 글쓰기를 위한 체력단련과도 같다. 이렇게 글을 해석, 소화하는 능력이 자라고 자연스레 글쓰기로 이어진다.


[3번. 글을 많이 따라 써 본다]는 문장에 스미게 하는 일이다. 문장이 내게 서서히 스미도록 공을 들이는 것이다.

매일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긴 시간 쌓이면 나만의 방식이 생긴다. 종이를 빨리 접는 달인, 조개껍질을 빨리 까는 달인처럼 단순한 일인데 범접할 수 없는 노하우를 체득한다.

알려줘도 따라 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거나 불필요한 동작이 하나 없는 일머리가 매끄러운 사람이 된다. 몸으로 문장을 체득하는 방식은 느리더라도 엄청난 기초체력을 선물해준다.


[4번. 글을 쓴다.]는 말 그대로 쓰기이다. 아는 게 많다고 글이 절로 써지지 않는다. 생각해 놓은 것을 글로 옮겨 적어야 한다. 옮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저마다의 자리를 잘 찾아서 재구성을 해야 하는 최종 리허설 무대이다.


[5번. 고쳐서 또 쓴다.]는  본 공연 직전의 상태이다. 4번의 최종 리허설의 예행연습을 해보니 합이 맞지 않는 것, 어색한 것, 보완할 것을 다시금 점검한 목록에 따라 수정하는 과정이다.


어떻게 하면 잘 쓰나요?라는 질문에 많은 작가들이 답한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세요.

동화책을 따라 써보세요.

뭐든 많이 써보세요.

평소에 글감을 메모하세요.


틀린 말이 없다. 개인에 따라 더 맞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브런치작가도 11세기 송나라 시인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빵을 잘 만드는 순서와 비슷하다.

그냥 가루였던 밀가루가 물과 만나서 '글루텐'이라는 전에 없던 결합체가 된다.

발효의 시간 동안 효모로부터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쫄깃함을 만들어낸다.


그냥 밀가루와 물, 설탕, 효모, 소금과 같은 것을 집어넣는다고 바로 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발효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지금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생각의 조각들이 적당히 부풀어 또 다른 생각으로 이끌어 줄

헤아리고 헤아릴 시간에 타이머를 맞춰야 할 때다.




A. 발효할 시간을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허리가 안 아픈 의외의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