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이자 최장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그 콘서트가 최근에 부활했다. 개그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일요일 밤에는 개콘을 보며 한 주를 정리했다. 그렇게 월요병을 부르는 시그널 음악 '빰빠빠라 빰빠라 밤빠밤~'을 들으며 월요일이 오는 게 싫어서 몸부림쳤다.
개그프로그램이 주는 묘한 희열이 있다. 절대 웃지 않을 테야 하는 시니컬한 자세로 팔짱 끼고 보다가도 허를 찌르는 순간 '풋'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을 만날 때이다. 의도적인 몸개그, 억지스러운 유행어보다 리얼리티 일상 예능을 더 좋은 이유가 그런 의외성이 다.
궁금한 것도 호기심도 많은 많은 아이들은 종종 어른들은 상상도 못 할 의외성으로 웃음을 준다.
요즘 초등학교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일반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가 통합반(도움반)으로 이동해서 하기도 한다. 체육시간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가 흥분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 엄마, 남자애들 너무 해! 편을 나눠서 경기를 하는데 그 아이가 제대로 못한다고 막 화를 내면서 이야기했어. 심지어 뛰다가 넘어졌는데 빨리 선 안에서 나오라면서! 넘어졌는데도 걱정도 안 해주고 말이야!"
쌍수를 들고 같이 욕하기는 엄마답지 않은 것 같아서 승패가 갈리는 경기라서 표현이 과격하게 나왔나 보다고 편을 들었더니 아이가 대화에 방점을 찍는다.
" 그래도. 그 친구는 심지어 통합반에 다닌단 말이야. 발전이 우리보다 조금 느리다고!!!"
귀여운 말실수하는 어린이를 우리 집에서 만나는 순간이다.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김소영 작가는 아이들이 어려운 어휘를 처음 배우고 사용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귀여운 허세로 표현했다.
나아지는 의미의 '발전'과 '발달'이지만 일정한 수준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발달 장애로 표현한다. 애매하게 뭉뚱그려 이해하고 있지만 정확한 구분이 헷갈리지만 어쩐지 정정해 주기 싫어진다. 이 심각한 상황을 표현하면서 툭 떨어지는 아이라는 세계의 의외성을 조금 더 경험하고 싶다.
오늘 아침에는 밥을 먹다 말고 둘째가 아빠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 아빠, 근데 @@ 삼촌(남편의 동생 이름)은 성이 뭐야?"
대답할 겨를이 없이 와하하 모두 웃음이 터졌다. 순간 이상 기류를 눈치챘는지 잠시 까먹었다는 핑계를 대어 보는 아이는 할아버지 이름은 뭐냐고 묻는다.(유난히 할아버지 성함이 어렵다고 자주 까먹는 아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