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다!!

by 맵다 쓰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모습만 봐도 하고 싶은 말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한 손으로 다른 손등을 꽉 잡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손은 말한다. 온 신경을 다해서 듣고 있다고. 왼쪽 발과 골반으로 무게 중심을 실려 짚은 짝다리는 말한다. 그게 확실해? 이해가 안 되는데?


눈빛, 미간의 주름, 자세 같은 바디랭귀지는 어쩌면 말보다 더 정직하다. 혀에서 나오는 말은 참으면 숨길 수 있지만 몸의 언어는 저도 모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훈련과 연습이 되면 바디랭귀지 역시 제어할 수 있지만 긴장이 풀리면 본능이 나오고 속마음이 드러난다.


하물며 어른도 이런데 어린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나 다른 것은 말도, 몸의 언어도 투명하다는 것이다. 속마음과 다른 말이 나오더라도 더듬거리는 말투, 불안한 눈빛, 어쩔 줄 모르는 손은 진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같은 반의 좋아하는 친구도 숨길 수 없이 표정에 드러난다. 어른이면 연기하고도 남을 꾀병도 어딘가 어설프다.


첫째 아이의 아홉 살 생일에 스마트폰을 사주었다. 반에서 자기만 없다는 거듭되는 어필에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당시 일곱 살이던 둘째는 억울해했지만 대신 똑같이 아홉 살에 사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둘째의 아홉 살 생일이 왔다. 선물로 핸드폰을 사주겠다니 돌아오는 대답이 뜨뜻미지근했다.

" 어차피 스마트폰 있어도 유튜브나 게임 마음대로 못하는 거 아니야? 가지고 다니기만 귀찮지. 난 안 할래."

대답에 당황했지만 사실 첫째도 스마트폰이 좋은 건 잠시였고 집에 두고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사실 아이가 핸드폰이 있어서 편한 건 엄마 쪽이지 여러 제약이 있는 스마트폰은 그냥 연락수단이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언제든 말하면 사주겠다 하고 스마트폰 대신 인형을 받았다.


그런데 할머니들이 더 성화였다. 왜 둘째는 사주지 않냐며 볼 때마다 이야기를 했다. 외할머니집에서 아이들만 하루 자고 왔던 날 진실의 대화가 오고 갔다고 했다.

" 너 OO이가 왜 핸드폰 안 사달라고 하는 줄 아니? 엄마 돈 든다고 가지고 싶은데 안 가지고 싶다고 한 거래"

이런 말을 전하는 친정 엄마에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일축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내 딸의 그런 눈치도 모를까 봐 싶었다.


아이에게 물었지만 당연히 아니라고 했다. 재차 세 번쯤 물어보니 아이는

" 어차피 별로 필요도 없고 엄마도 돈 들잖아."


불과 2년 전만 해도 쇼핑센터에서 구두 2개를 사겠다고 신고 냅다 질주하던 아이였다. 먹고살기 어려운 형편도 아닌데 이런 시대극 대사 같은 말이라니... 다만 낭비하는 걸 싫어하는 엄마가 제 눈에는 돈 없는 엄마로 보였을까? 무엇이 되었던지 내 작은 아이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게 놀랍고 속상했다. 뭐든 다 해주고 싶은 게 부모마음인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당장 사러 가자고 난리가 난다. 여전히 필요 없다는 아이를 집 근처 핸드폰 대리점으로 데려갔다. 최신형 키즈폰과 포켓몬 여행가방, 문구세트를 한 아름 받았다. 폰보다 가방이 더 좋다는 아이는 일기에 진짜 속마음을 써두었다.



핸드폰이다! 2024년 5월 5일


나도! 드디어 핸드폰을 샀다. 기분이가 매우 좋다. 전화번호도 많이 많이 넣을 거다. 비록 지금은 9개지만. 무언가 핸드폰으로 뭐를 많이 하고 싶어지는 느낌적이 느낌??? 그리고 게임을 3개나 깔았다. 게임이 아주아주 재미있는 게임이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 일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비문도 그대로 표현합니다.)


누군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그게 내 아이라고 해도 다 알수 없다. 아이의 속은 어른이 알고 있는 것보다 깊다. 아이도 자신만 세계를 가지고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이니까. 그래도 일기에 적힌 느낌은 진짜인 걸 알겠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다."

꽉 채워저장한 전화번호를 상상하면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만 느끼면 좋겠다. 지금은 어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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