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불쇼

by 맵다 쓰다

된장찌개도 인터넷레시피를 보고 끓여야 하던 새댁은 어느덧 의식의 흐름대로 적당히 썰고 넣으면 요리를 완성하는 아줌마이자 엄마가 되었다. 세상에 엄마밥이 젤 맛있던 시절은 학창 시절이었다.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고등학생 때는 도시락 2개를 싸서 다녔다. 반찬국물이 섞이는 걸 싫어하는 엄마는 쿠킹포일을 과다하게 사용해 깔끔한 도시락을 싸줬다. 저녁은 늘 충무김밥에 새김치를 싸줬는데 다른 반찬도 없는 그 도시락이 진짜 인기가 많았다. 적당히 덜 익은 김치와 간이 딱 맞는 충무김밥 맛이 아직도 생각날 정도이다.


어느새 내가 충무김밥을 싸던 엄마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엄마 밥보다는 내가 차린 밥을 더 많이 먹고 산다. 어쩌다 맛보는 엄마의 음식은 여전히 맛있을 때도 있지만 전에 없이 짜기도 싱겁기도 하다. 요리를 완성되는 시간도 점점 느려진다. 엄마와 함께 나이를 먹는 엄마의 음식은 주방에 선 작아진 엄마의 뒷모습처럼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하루 세 번 내 손을 기다리는 입들을 생각하며 요리를 한다. 때론 돌아서면 차려내는 밥이 지겹기도 하지만 싹 비워내는 접시만큼 마음을 배부르게 하는 게 없다. 대충 차려줬는데 너무 맛있다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아이를 마주 할 때도 있다. 굉장한 요리실력을 가진 건 아니고 생존을 위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최고의 맛까지는 아닌 걸 안다. 그 정도는 아닌데 진짜 맛있다는 아이의 눈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 지금이 엄마밥이 맛있는 시절인가 보다. 김치찌개랑 계란프라이로도 밥 한 그릇을 비워내던 13살의 나처럼.


최드워드리의 불쑈 2025년 4월 19일


오늘 저녁 삼겹살을 먹었다.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배에 삼겹살이 찼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게 아니고 배가 고팠나 보다. 접시에 삼겹살이 바닥날 때쯤 치이익 삼겹살이 기름이 칠해진 큰 프라이팬에 들어갔다. 3분 정도 지나 목이 말라서 물을 먹으러 냉장고로 갔다. 바로 그 순간.

"어머!"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프라이팬에서 화려한 불쇼가 시작됐다.

"꺅!"

내가 말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 타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불쇼는 1분도 안돼 꺼져버렸다. 많은 생각과 말을 했지만 1분도 되지 않았다니 쿵쿵거리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엄마가 말했다.

"에드워드 리의 불쑈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애드워드리가 불쇼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났다. 집이 안 타서 다행이다. 불에 노릇하게 이븐 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 아주 만족한 식사였다.(제목이 왜 최드워드리냐면 우리 엄마는 성이 최다!)


(아이 일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비문도 그대로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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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요리 중에 소리를 지른다. 1초만 하다가 동그랑땡 한 면을 검게 태우기도 하고 너무 짠 미역국을 끓이기도 한다. 십년이 넘게 누군가를 먹이는 밥상을 차리지만 요리는 여전히 쉽지않다. 그래도 아이가 세상의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되기 전까지는 엄마는 최고의 요리사 직함을 맡고 있어야한다. M.S.G.라는 치트키가 있다. 삼겹살을 태워도 좀 이상한 맛의 닭볶음탕을 만들어도 엄마 밥에는 따라올 수 없는 조미료가 들어가있다.

M 매우

S 사랑하는

G 가족을 위한 요리

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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