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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Mar 05. 2020

마스크 대란과 어머니의 문화센터

심각해진 코로나바이러스 상황때문에 나온  '중국인들의 QR코드활용 기사'를 보다가 정말이지 입이 벌어졌다.

톨게이트 통과 신분증 검사도 QR코드, 약국에서 결제도 QR코드...

말그대로 기상천외하구나!

중국은 난전에서 나물파는 할머니도 박스 위에  QR코드를 붙여놓고 장사를 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근데.. 그 많은 중국사람들은 다 스마트폰이 있는걸까?

그리고 다양한 문화배경과 연령대 14억 인구가 모두 스마트함을 창착하고 있을까..생각했다.



젊다면 젊은 축에 속하는 나도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가기 힘든 지경인데....지극히 아날로그적 시대를 거쳐오면서 세월의 역변을 몇 번씩 겪어내는 우리 부모님들은 어떨까?



얼마 전 시댁에  놀러가서 거실에 둘러앉아있을 때였다.

쇼파 등받이에 곱게 올려둔 여성문화회관 강좌안내 팜플렛이 보여서, 무심코 들어 넘기니 각종 운동,교양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어 있었고 요가에 동그라미가 쳐 있는게 보였다.


"어머니, 이게 뭐예요? 요가하실려구요?아쿠아로빅은요?"


구민 체육센터에서 몇 년째 아쿠아로빅을 하시고 계시기에  갑자기 다른 운동을 하시려나 싶어 물어봤다.


"아니, 그건 그대로 해야지. 일주일에 5번가도 한달에 얼마 안해서 가서 물어보니 아무때나 못들어간다네"


"아..원래 신청기간에만 받아서 그런거보네요. 다음 회차에 날짜 안 까먹고 신청하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팜플렛을 덮으려다 연필로  빼곡히 적은 포스트잇이 보인다.


홈페이지,회원가입,수강신청 같은 메모들...


글을 읽어보니 정해진 날짜에  회원가입후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하라고 적혀있었다.


"어머니?이거 현장등록이나 전화는 안된데요?"


"응? 안된데.. 꼭 컴퓨터로만 해야한데.  그날 와서 거기있는 컴퓨터로 하면 도와줄수는 있다고 하네.."



유튜브도, 요리법 검색도 잘 하시는 분이시지만 


공공기관답게(!)  배려없는  pc 전용화면의 홈페이지를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깨알같은 칸을 채우기에는 어머니께도 어려운 일인가보다.


아예 핸드폰으로 신청을 하려는 건 포기하신 말투란 게 느껴졌다.

"기간 되면 저한테 전화 한통 주세요. 제가 등록할께요."


바로 이렇게 말하니 

"아이고 그래주면 나는 고맙지!" 하면 웃으신다.



아무리  시아버지 흉도, 아들 흉도 같이 보는 격없는 며느리라도 며느리는 며느리인가보다.

'이거 좀 해다오' 하면 일에 살림에 정신없는 며느리가 불편할까봐 혼자 이리저리 해보고 그 신청을 위해 버스를 타고 가서 낯선이들에게 부탁을 할 참이였다.


주로 연령대 있는 부모님들이 주로 이용하는 구립 여성 문화센터에 심술이 났다.

그럼! 이런거 해줄 자식없으면 문화센터 등록도 하지마란 말인가.

기껏 알아보러 온 사람을 다시 그날에 맞춰 와서 거기 컴퓨터로 하다가 모르면 물어보라니!


누구를 위한 온라인 실무이고 편의인가 싶었다.


시내 버스노선을 줄줄이 다꿰고 계실만큼 기억력이 좋은 어머니는 나도 예전에는 어디가서 머리좋다는 말 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번씩 과거형으로 하신다.


그 메모지 한장이 어머니가 그 말씀을 하실 때 회환의 눈빛을 떠올리게 한다.

나도 숨을 헐떡이며 채 따라가지 못하는 세계의 속도를 우리 어머니들은. 아버지들은 어떻게 따라가고 계실까 싶어 속이 상했다.


하나로 마트앞에 장사진을 치며 마스크를 사겠다고 줄을 선 신문기사가 연일 난다.

사진속에서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많이 보인다.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뜨는 물량정보를 알 재간도, 광클로 선점할 노하우도 없는 우리의 엄마,아빠의 뒷 모습일것 같다. 



문화센터도, 마스크도...당신이 잘 살아오신 그 모습 그대로! 아날로그로 맞서다가 디지털에 오금(무릎 뒤)을 맞는 것 같은 마음이 들까봐 속이 쓰리다.


아무도 써주지 않아 '텅빈 느낌'이라는 아이 동화책 속 흰색 크레용의 마음처럼 느끼지 않도록..

마음껏 그릴 수 있는 검정 종이를 펴드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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