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그냥 한번 물어본 거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밥을 먹는다.
아이의 물음도 이해가 간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째, 집에서 먼지를 내면서 놀다 보니 지겨움에 몸이 베베 꼬일 것이다.
2,3번이 인접한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하더니 하루아침에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것도 또 우리 구, 이번엔 우리 동네에서...
내가 쓰레기봉투를 사려고 들리는 동네 슈퍼마켓..
자주 가는 병원이 몰려있는 메디컬 센터의 병원..
내가 매일 출퇴근하는 지하철역까지..
동시에 울린 알람을 보고 나와 신랑은 마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의 두려움이 묻어있다.
우리의 아이들을 다시 한번 쳐다보는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 장면,, 기시감이 든다.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이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재난 영화의 서막에서 많이 보던 한 장면 같다.
오래된 우리나라 영화 '감기'(2013년)에서 봤었던가...
그렇게 아이에게 웃어주고 나왔는데. 그 시간에 거리를 메웠던 노란 차들, 출근하려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랜덤 벌칙에 걸리는 보드게임을 하는 것 같다.
어느 칸 아래가 텅 비었는지 모르고 발을 내딛는 것처럼, 알 수 없는 한걸음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인접국인 중국에서 난리 난 모습을 뉴스로 보면서 불안함 마음도 들었지만 나의 일상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외출을 자제하고 겨울이면 주말마다 실내 어디론가 외출을 했던 것을 피했을 뿐..
날짜를 다시 보니 우리나라에 20명 남짓 환자가 발생했던 시점이다.
잘 관리되고 있고 외신에서는 철저한 한국 방역 같은 기사가 나오기도 했던 무렵이다.
'두려움이란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지나고 나면 상상한 것보다 더 작은 것이다'란 생각을 적었다.
'독감으로 사망하는 환자보다 작은 숫자이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심한 감기 정도로 겪고 낫는다' 란 생각으로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나란 인간이 왜 이렇게 우습지 싶었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가장 아프다더니, 사람이 이렇게 간사한 존재다.
이웃나라에서 천여 명이 죽을 때, 큰일이다.. 걱정은 했다.
우리나라에서 하나, 둘 확진환자의 소식을 들을 때도 그래도 곧 괜찮아지겠지 했다.
그런데 막상 내 길목에 떨어진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웃나라 사망자의 숫자보다 더 무섭다.
부끄럽지만 솔직한 내 마음이다.
매일 걷던 그 길을 두려움이란 안경을 쓰고 보니 모든 게 두려움으로 보이는 것처럼..
내 안의 불안의 높이는 달라졌다.
코 앞까지 밀려든 그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의연함은 내 안에서 자가격리되었나 보다.
옆동네 코로나바이러스와 우리 동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렇게도 사람의 민낯을 느끼게 해 준다.
하루아침에 두려움으로 변해버린 나의 일상..
누가 보상해주나..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알림 문자가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