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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Mar 11. 2020

시팔이? 글 팔이!

나 혼자 만족하는 글이면 된다고?

자기 스스로를 '시팔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시인'들이 들으면 기가 차다고 할까?


나도 처음엔 뭐야? 장난이야?

시인도  아니면서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 짧은 글인지 시인지를 읽다 보니 '아...' 하는 부분이 있었다.

 말장난인가 싶었는데, 솔직히... 많이 공감이 갔다.

공감이란 그 글에 내 생각이 반응한 것.

그렇다면,

하상욱은 개이치 않는 그 신경전에서 나는 졌다.



시는 문학의 한 장르로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이다.



정통 문학을 운운하기에 앞서서 글로 누군가의 마음에 공감과 생각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건 문학, 소귀의 목표 달성이 아닐까?

 말장난 치는 '관종'인가 싶었는데 계속 읽다 보니 말장난 같은 글에 자꾸 생각이 꼬리를 문다.


생각해보니 나는  하상욱과 스탠딩에그가 콜라보한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에도 다녀왔었다.

시를 읽어주는 콘서트라.. 지금 생각해도 신선하다.


'시인'이 아닌 '시팔이'

자기만의 문학 장르를 만든 SNS 문학의 선구자쯤 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요즘 글을 쓰고 글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이렇게 나를 소개한 적이 있다.


"하상욱은 시팔이, 나는 글팔이!"


이런 노골적인 내 소개에 간혹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도 처음엔 내 입으로 글을 쓴다는 말을 올리기도 어려웠다.

그리곤 겨우 "자아 탐구와 자기만족을 위해 써요." 했었다.

그렇게 좀 쓰다 보니  누가 좀 봐 좋으면 좋겠단 마음이 들었다.


'어라? 이 모습은..?'


몇 년 전 자기를 시팔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떠올랐다.

이상한 관종이라고 했었는데 지금 내가 딱 그렇다.

내 생각과 느낌을 알리지 못해 안달이다.


일기장에 혼자 쓰는 글이 아닌 남이 보는 글을 쓰는 사람은 모두 관종이다.


책을 쓰고 싶은 사람도 사실 그렇다.

안 팔려도 되니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말은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처럼 들린다.



우리는 무엇을 그토록 보여주고 싶은 걸까?

글을 판다는 말은   "Give & Take" 가 있다는 말이다.


무엇을 팔고 무엇을 받고 싶은 건지 떠올려보니

나는 글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조회를 올려주고 라이킷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댓글로 황송한 소감을 남겨주는 것에 대한 그런 관심을 사고 있었다.


내 삶 속에서 열심히 글감을 떼어다가 글로 써서 판다.

그리고 나의 생각, 너의 관심을 받는다.


우리는 그 관심을 통해 내 존재를 인정받으려 한다.

흔히 내향인은 사람을 만나는 걸 어려워한다고 구분하는데

앉아서 글쓰는 내향적인 성향이 어쩌면 가장 외향적인 사람이 아닐까싶다.



일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인 모든 글은

노골적 관심을 기다리는 내향적 사유의 외향적 결과물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글로 사람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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