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귀걸이

삼한사온육아맵쎄이

by 맵다 쓰다

" 엄마, 아빠 놀이하자! 난 엄마!"


" 난 아기 하기 싫단 말이야~"



요즘 우리 아이들이 주로 잘하는 말이다.


그 '엄마 아빠 놀이'에서 아마 엄마는 제일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항상 엄마를 누가 할 것인지로 실랑이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보기에 엄마는 꽤나 좋아 보이 나보다.

아이들이 흠뻑 빠져 노는 걸 가만히 지켜보다 내 기억은 천구백팔십몇 년도 즈음으로 되돌아간다.





각 지게 꺽어쓴 정자체로'한국 빌라맨션'이라고 써진 건물 뒤편, 주황색 나일론 빨랫줄에 대책 없이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큰 담요가 널려져 있다.


그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니 구석구석 포도넝쿨이며 감나무, 옆 집에서 건너온 무화과 나뭇가지까지 작지만 알차게 꾸며진 화단이 보인다.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의 시간, 누구 먼 저랄 것도 없이 볼 빨알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깨진 항아리 조각, 버려진 플라스틱 통을 그릇 삼아 흙을 소담히 올리고 붉은 벽돌을 갈아 고춧가루를 뿌린다.

분꽃의 씨앗을 반으로 쪼개면 나오는 하얀 가루로 밀가루를 만들어 내고 통통하게 배부른 봉선화꽃 씨주머니를 집게손가락으로 '팡'터트려 한 손에 받아 깨를 뿌리고 이름 모를 꽃잎을 따서 장식한다.


짝이 맞지 않는 나뭇가지를 주어와 젓가락 행세를 시키며 맛있게 먹는 시늉을 한다.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않아 콧물을 훌쩍이며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놀던 그때...

얼마나 놀았던지 해가 어슴푸레 지면 집집마다 '누구야 밥 먹게 들어와!'하고 창문을 열고 소리치는 엄마 목소리에 아쉬운 엉덩이를 털며 하나 둘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으로 향한다.



수없이 그렇게 놀아서일까?


그런 추억은 수 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내 안에 남아서 어떤 것을 볼 때마다 생생하게 내 추억의 한 조각을 가져온다.


지금은 돈을 주고 사 먹지만 이름도 모르고 따먹었던 무화과를 볼 때도,


형형색색 화려한 키즈 매니큐어에 밀려 백반을 넣어 비닐로 잘 초매어 하룻밤을 기다리며 물들이는 봉선화 꽃물에 대한 무관심이 서글퍼보일때도,


아무렇게나 버려진 깨진 붉은 벽돌을 볼 때도


아이들과 손잡고 지나는 길가에 쨍하게 핀 분꽃을 만날 때도..




이 꽃 이름이 분꽃 인지도 모르고 놀았던 나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분꽃인 것도 한 번에 척척 알아맞힌다.


하지만 정보는 있고 추억이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엄마의 낡았지만 따뜻한 추억을 한 자락 꺼내어 집으로 돌아오는 바쁜 저녁 길을 잠시 멈춰본다.


"엄마가 분꽃을 귀걸이로 변신시켜줄까?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두 딸아이에게 분꽃을 따서 조심스레 동그란 끝부분을 떼서 꽃술이 연결되는 부분을 살살 떼서 올리면 분꽃이 멋진 샹들리에 스타일 귀걸이로 변신한다.



"우와!"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신이나 "내가 먼저!"를 외치는 아이들...


집에 넘쳐나는 장난감 귀걸이 덕에 이내 흥미가 사라져서 버려지긴 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이제 분꽃을 보면 엄마와 귀걸이를 만들어서 서로 해주던 추억 한 자락이 남아있겠지...





















이전 06화아름다운 밤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