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째 아이들의 패션코드

by 맵다 쓰다

국민학교 1학년.

하얀 목티를 받쳐 입고 노란색 세일러복 상의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안에 입은 흰 티가 밖으로 보이도록 겉에 덧입은 세일러복 소매를 두 번 고이 접어줬다.


학교로 가는 아침, 집 문 앞을 나서면서 나는 엄마가 접어둔 소매를 다시 풀었다.

왜 항상 이렇게 해주는지.. 앞에서 말은 못 했지만 8살의 나이였는데도 그게 참 싫었다.




'누굴 닮아서 그렇니?'란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데 사실 내 아이가 나를 닮았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옷 투정이 심한... 아니, 주관이 뚜렷하는 게 낫겠다.

팬티 그림과 색깔부터 양말까지 매일 아침마다 런웨이라도 나가듯

그렇게 고르고 고르는 아이가 있다.

바로, 내 딸..


등 하원이나 외출할 때뿐 아니라 집에서도 그랬다.

잠자리 준비를 하려면 일명, '준비하는 옷(외출복)'을 꺼내와서 입고 자겠다고 떼를 쓰거나

계절에 안 맞는 옷을 고르는 것은 부지기수.

한여름에 3박 4일 한복을 입고 자거나, 발레복을 3일간 벗지 않고 입고 자고 등원했을 정도이다.


잘 때 입는 치마를 따로 구비해줘야 하는 대한민국의 흔한 공주병 여자 어린이다.

지상 최고의 꿈이 공주가 되는 것이라니, 그때 아니면 언제 그런 꿈을 꾸랴.. 귀엽긴 하다.



하지만 어린이집 현장학습 날에 다 입는 원복도 안 입고 등원할 만큼 강경한 소신에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이걸 입어야 멀리서도 선생님이 우리 [@@ 어린이집] 아이구나~하고 알아보는 거야!"

설명해줘도 소용이 없다.


단체 사진에 찍힌 아이만 다른 옷을 보면서 속이 쓰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어르고 달래도 자기만의 세계가 굳건한 아이를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았다.

억지로 입혀봐도 미꾸라지처럼 벗어 놓을 만큼 모녀의 쟁탈전을 치열했었고 결국, 그깟 옷이 대수냐.. 하고

내가 백기를 드는 것으로 우리는 휴전했다.


그렇게 단련된 덕에 난 꽤 허용적인 엄마로 보인다. 웬만큼 T.P.O. 를 해치지 않는다면 좀 덥거나 춥고, 내 얼굴이 조금 화끈거리는 건 참아줄 수 있다.

'네가 만족하면 그걸로 되었다'하고..






아이들이 30일 가까이 집에서 칩거 중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 중 찾고 찾아 긍정적인 신호를 찾는다면 바로,

'옷에 대한 민감도 저하!'


하루에도 3번쯤은 옷을 갈아입었다.

등 하원을 하던 안 하던, 그냥 기분이 이런 옷을 입어야 할 기분이라는 만 4살.

열곱절이나 더 살았어도 나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내복 위에 치마를 겹쳐 입고, 나일론이 치렁거리는 반짝이 공주 드레스를 입고 하루 종일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늘인지 내일인지 모를 날들이 이렇게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그 횟수가 현저히 떨어졌다.


최근엔 옷으로 자기표현하는 흥미를 거의 잃은 것 같다.

24시간 활동하기 편한 내복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립스틱만 바르지 않다가 이제 파운데이션 화장도 안 하고 출근하는 것 같은 심리일까?

꾸며서 뭐하나? 에서 아예 그 쪽의 신경세포가 무뎌진 느낌이다.



아이의 내복 패션을 보면서 드디어 공주병 완치가 되는 게 아닌가 상상을 해본다.

아이들의 30일 패션코드는 암울함 상황속에서도 긍정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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