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절대 모르는 옥수수의 정체

by 맵다 쓰다

유난히 옥수수를 좋아하는 딸아이가 오물거리면서 옥수수알을 떼어먹다가 물었다.


"엄마, 이게 뭐야?"

하면서 손가락 두 개로 찐 옥수수에 묻은 갈색 실오라기를 살며시 들어냈다.


껍질에 붙어있던 옥수수수염이 거기 한 개 묻어있었다.


대수롭지않게 흘깃보고

"아 그거? 옥수수수염이야"

하고 대답했는데 아이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을 했다


"옥수수.... 수... 염? 그... 럼.... 옥수수가.. 남.... 남자였어?"


먹는 건지 못 먹는 건지를 물어볼 거란 내 예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천진한 답에 한참을 길게 웃었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아이도 따라 웃었다.



"아니, 며칠 전에 말이야~"란 말을 시작으로 이 혼자만 알기 아까운 이야기를 운전하는 남편 옆에 앉아서 전하고 있었다.


조용히 뒷자리 카시트에 앉아있던 아이는 자기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듣다가..

"그럼 남자가 아니고 여자야?"하고 다시 물었다.


"하하하 남자도 여자도 아니야.."

하고 그전에 못다한 대답해주니


내심 심각한 얼굴로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옥수수가 남자 아니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닐까?"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서 왜? 할머니인지 재차 물었다.


"응.. 옥수수가 목욕하고 나왔을 때처럼 쭈글쭈글하잖아.."

라는 말에 도대체 어디가 쭈글쭈글하다는 건지.. 머릿속에서 한참을 떠올렸다.


할머니가 잘 사와서 할머니라는 건가?하다가 이유를 물어보니

갓쪄서 찜통에서 꺼냈을 때는 오동통한 속살을 자랑하다가 수분이 날아가면서 노란 살이 쪼그라든다는 걸 아이만의 언어로 설명했다.




사실 옥수수는 옥수수인 거지, 뭐일까?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왜 촉촉하게 나와서 할머니처럼 변하는지 말이다.


기껏 해야 일반 옥수수와 찰옥수수 정도로 구분하고 마트에서 옥수수를 골라담으며 '이 껍질 떼내면 쓰레기 엄청 나오겠군...'

산처럼 쌓인 옥수수 더미에서 알이 튼실한 게 내 손에 걸리기에만 집중하면서 바라본다.


어떻게 하면 일상을 틀에 갇히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책도 찾아 읽고 영감을 얻고 싶어 한다.

나 홀로 만족하며 쓰는 사람이지만 좋은 글을 쓰는 능력만큼 가지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작가의 시선!




그 어떤 동화작가가 와서 대적해도 압승할 아이들의 시선이 아닌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아이의 세계가 참 탐이 난다.


유치하다는 건 유한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가보다.

돈주고 살수 없는 특별한 가치가 그리 길지않게 지속되다가 사라져버리니까..


어제밤에도 '언제 혼자 양치하고 혼자 잠드나..'하고 속으로 푸념했으면서 아이의 유한한 가치는 또 오래 유지되면 좋겠다.


가끔 어른은 절대 다시 가질 수 없는 유치함으로 일상를 리프레쉬해주면서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