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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엄마의 다정한 육아
엄마가 이불대신 진짜 세탁하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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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다 쓰다
Mar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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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국에 콧물이 슬슬나더니 아이가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라,,콧물약으로 버티다 병원을 데려갔다.
새벽에 기침을 멎게 해준다는 가루약을 타서 자기 전에
먹였는데
증상이 심해지려는건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쿨럭인다
.
아이의 작은 등을 쓸어주다가 나도 같이 잠이 들었다.
깊은 잠에 빠졌는데 자꾸 기침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엇!'
눈이 번쩍 떠진다.
심상치 않은 소리!
이럴 때의 엄마의 예감은 이상하리만큼 정확하다.
기침소리 뒤로 나는 뭔가 다른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켜 불을 켰다.
아이가 눈을 감고 자는 채로
이불에 누워 한가득 토해내고 있었다.
기도로 토사물이 흡인될까 겁이 나서 일으켜 세워 등을 두드리고 놀란 아이를 진정시켰다.
뒤범벅된 옷, 이불, 베개커버를 빠르게 벗겨서 한쪽에 쌓아 두고 일단 아이 옷부터 갈아입혔다.
물한모금으로 입을 헹궈주고 새로운 이불을 깐다.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이 조도를 낮추고 푹 잠들기를 기다리는데 아이는 또 속을 다 게워낸다.
조그만 목구멍으로 올라오는게 얼마나 힘에 겨울지..내 목안이 쓰린 기분이다.
뭘 잘못먹인걸까..이유를 빠르게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울상이 되어 작게 혼잣말을 했다.
"어째.....왜..자꾸 토할까...."
힘겹게 토해내고는 아이가 종이장같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엄마,,자꾸 토해서 미안해...'라고 겨우 말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아니야!!!니가 왜 미안해!엄마도 어떻게 할 줄 몰라서 그런거야! 니가 잘못한거 아니야
"
엄마가 심각해지자 뭔가 아이는 자기가 잘못한 건가 싶었나보다.
두번째 이불을 다시 깔았다.
또 바로 눕히면 다시 토할까봐 세워서 재울 작정으로 아이를 안아서 등을 토닥여줬다.
비몽사몽 잠이 들면서도 내 어깨에 걸친 작은 손으로 내 등을 토닥토닥 따라한다.
말 못하는 아기였을 때부터 안아주면 늘 내 등을 같이 토닥여줬다.
복잡한 내 마음을 위로하는 것 같은 작은 손짓...
내가 하는 손동작을 따라하는 것 뿐이였는데
신기하게도 내 마음을 토닥이는 기분이 들었었다.
게워낸 것들이 잔뜩 묻은 이불을 비벼 빨면서 보니 저녁식사가 그대로 나왔다.
아까 억
지로 먹인 그 밥....
식사시간만 되면 한나절 걸려 실갱이하면서 밥먹는 아이에게 계속 주의를 주다가 결국 화를 냈고 독한 말을 쏟아냈다.
고작 5살에게
말이다.
니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나를 화나게 하는지,엄마란 절대권력으로 아이를 재단했다.
한바탕 울고 결국 내뜻대로 먹기싫은 밥을 꾸역꾸역 넣고 있던 아이가 떠올라서 울컥 뜨거움이 목안
으로 올라온다
.
어른인 나도 먹기 싫은 날이 있는데,,,
아이가 늘상 잘 안먹으니 진짜 먹기싫은 날도 곧이 들리지않는다.
언제는 니가 먹고 싶은 날 있냐? 밥 먹기 싫은 핑계로 흘려듣는다.
알면서도 자꾸만 그럴 때가 있다.
즐거운 식사
시간
이 주는 의미를 알면서도..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면 자꾸 결과만 요구한다.
니가 먹기 싫은 건 알 바가 아니고
그저
싹 비워낸
밥그릇을 보고 싶다고
!
감기로 진짜 입맛이 없어서 먹기 싫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오로지 밥먹고 약먹이고 나의 소임을 끝내고 싶어했을 뿐인 것 같다.
내가 보고싶은 모습만 보고싶어한다..
잘 먹이는것도 결국은 아이를 위해서인데
정작
아이마음에는 좋지못한 걸 먹이는 꼴이다.
'잘 먹는게 뭐시 중헌데!'
입으로만 먹는게 다인가..진짜 중요한 걸 자꾸 잊는 내가 싫어진다.
매일매일 다짐해도 현명하게 조절되는 엄마가 되기 참....어렵다.
보고싶은 것만 보려는 엄마와 보이지않는 것도 느끼는 아이..
'니가 먹기 싫은 건 알 바가 아니고!'따위의 마음가짐으로 식탁 옆자리를 지키는 엄마에게 아이는 무엇을 느꼈을까?
내 온몸으로 뿜어져나오는 분노의 기운이 옮겨갔을 것이다.
진짜 내가 봐야 하는 건 아이의 마음
!
몸만큼 마음도 건강하게
키워줘야하는
건데..
고사리 손이 주는 토닥임에도
내 마음을 위로 받으면서 정작 나는 상처주기 위한 기운을 뿜어내는 엄마라니..
화난 엄마와 밥상의 기억..
세탁기에서 나온 저 이불처럼 아이의 마음도 새로 빨아져서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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