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상한 정리법

by 맵다 쓰다



새소리도 한 템포 느리게 들리는 날,바로 일요일이다.

자고 싶은 만큼 푹 자도 좋다는 엄마의 인심좋은 허용 속에 느지막히 일어나서 게으른 아침을 먹는다.

그날만은 먼저 일어나서 도시락 준비를 해야하는 의무도 없는 날이니 엄마도 늦잠의 여유를 가지고 싶으셨겠지..

모두가 여유를 부리는 날이지만 그중 최상위등급은 바로 나였다.



나는 열시간이상 자는게 아무렇지않게 숙면에 최적화 된 아이였다.

일명, 잠귀가 어두운 사람..


"일어나! 응? 빨리!어서!"

각종 채근 종합세트를 하이톤의 목소리로 쏟아낸다.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바로 내 귓 옆으로 옮겨올때쯤에야 소리라고 인식한다.

그렇게 친절하게 고막옆에서 감지가 되야 내 청각신경은 대뇌로 '일어나라'로 전달한다.

다시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는 건 억겁의 시간..


일어나란 말이 도돌이표가 찍힌 듯 반복되고 마무리 될 때의 한마디가 있었다.

"밥먹고 다시자!"


너무나 건강한 컨디션인데도 "혹시 어디 아프니?"하는 걱정을 많이 할 정도로 한번 잠에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고 기절한 듯 잠을 잤었다.


알림소리에도 꿈쩍없는 나때문에 가족들의 항의를 숱하게 받기도 했었다.

"제발 알람 좀 맞추지 마!안 일어날껀데 도대체 왜 맞춰?"


그런 나도 스무살이 넘을쯔음 알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잠귀를 가지게 되었다.





발가락도 닮는다더니 아이에게는 나의 모습이 곳곳에 숨겨져있다.


큰아이는 날렵한 내 발, 작은 아이는 뭉툭한 아빠발을 묘하게 닮은 외형적인 것부터 성향까지 말이다.


어릴 때부터 깨운 적이 없이 스스로 일어나서 학교엘 갔다는 아빠를 닮은 잠귀밝은 첫째,

스무살이 넘도록 알람시계의 소리를 듣고 깬 적이 단 한번도 없는 나를 똑닮은 둘째...


같은 집,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만 자기만의 개성이 분명하다.

'부스럭' 소리를 크게 내면 같이 눈을 떠버리는 첫째아이는

한번 눈 뜨면 다시 감는 일이 잘 없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실로 나간다.


반면, 둘째의 18번 아침 멘트는 이것다.

"밤에 하나도 못잤어! 졸려~!"

입을 헤~벌리고 언니가 떠들어도 꿈쩍없이 꿀잠을 잤으면서도 일어나기 힘들어 한다.


이렇게 극명한 차이의 두 아이중

잠 끝이 말끔한 첫째가 아침에 눈을 떴다가 이불 밑으로 다시 기어들어간다.


지금쯤은 일어나야 준비하고 유치원에 갈 것같아서

"더 자고 싶어? 어디 아파?더"하고 물으니


이불안에서 꿈틀거리면서 말한다.

"엄마 나, 꿈 좀 정리하고 나갈께!"


"뭘? 정리한다고?"


더 자고 싶다는 말을 예상했는데 의외의 귀여운 대답에 실소가 터져나왔다.


1분도 채 흐르지도 않았는데 말끔히 잠이 깬 얼굴이 이불밖으로 쑥 내민다.


"그래~다 정리 잘했니?도대체 무슨 꿈이 였는데?"

하는 내 물음에

"비밀이야~"

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불속에서 꿈틀대던 내 어릴적 모습이 생각났다.


내가 어릴 때 그렇게 못일어난 건, 정리가 잘 안되서였을까? 하면서 아이의 꿈 정리법을 배우고 싶어진다.


그 때 잘 정리했더라면 나는 아마 대하소설급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최연소작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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