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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Apr 24. 2020

그 남자가 나를 찾아낸다

나를 쫓는 사람

  전이었다.


도대체 뭘 자꾸 보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들여다본 것 같아서 솔직히 털어놓았다.


"지난주에 같이 TV 본 거 있잖아. 그걸로 글을 썼거든.. 그 글을 사람들이 엄청 많이 보네.."


최근 연애 프로를  잘 보지 않았는데 잠시 앉아 봤던 프로그램에서  요즘 말로 힙한 양준일이 나왔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몇 만 명씩 본다니까?"


나에게 돌아오는 건 오로지 좋은 기분밖에 없다는 싱거웠는지  그는 듣고 왼쪽 귀로 내 대답을 흘려버렸다.


그래..

이건 내 만족이니까 누군가의 이해를 바라지는 않았다.




식탁 위 노트북을 펴고 앉아있는데 늦은 퇴근을 한 남편의 문소리가 들린다.

 


"뭐해? 글 써?"



3개월 만의 변화이다.

질문이 달라져있었다.


"도대체 뭘 해?"에서 "글 써?"



"응?... 응... 늦었네?"


굽은 어깨를 펴며 대답했더니 무심하게 이야기한다.


"오늘 또 다움(Daum) 메인에 올라갔더라?.."



"뭐?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알아?"


따로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다움(Daum) 메인 화면에서 나를 찾아내는 거지?

신기해서 재차 물었다.


"내가 생각보다 한테 관심 많거든! 뭐, 딱 보면 알지 맵다쓰다 작가님!

근데,  어느 한 문장이 난 별로 마음에 안 들던데...."


돈가스 이야기 속 남편이 등장했던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 가. 님. 에 힘을 주고 말하고는 샤워하러 사라져 버렸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브런치 작가를 옆에서 3개월 지켜보면  다음 메인에서 내 글을 단박에 찾아내는구나...


이제 남편이 먼저 나를 찾아낸다.


내 남편의 정서에 반할  글을 쓸 작정은 아니지만  이상한 마음이 삐죽 튀어나온다.

그 남자의 관심이 반가우면서도 '아.. 앞으로 나의 소재의 폭은 반걸음쯤 좁아지겠구나..'


작가적 마인드가 먼저 발동한다.




몇 년 전, 집에서 육아만 전담하던 전업맘 시절, 난  감정조절이 안 되는 이상한 엄마였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였겠지만 예민하고 입 짧은 아이를 돌보는 건 너무 힘이 들었다.

내 마음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서 조그마한 자극에도 찌그러졌다.


퇴근해서 문을 여는 남편을 잔뜩 찡그린 미간으로 맞아주면 눈치를 살피며

"오늘 많이 힘들었어?"

건네던 외마디에도 가시 돋게 반응했다.


온몸으로 나는 힘들다는 검은 아우라를 뿜으며 집안을 배회했다.


그런 무채색의 대화를 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도  앙꼬 빠진 찐빵 같은, 주식이 아닌 간식 같은 이야기만 나눴다.

정작 알아주고 보듬어주길 원했던 마음은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루만져주기도 어려웠던 것 같다.

혼자 성을 쌓으면서 말도 대화도 닫아버렸던 그 시간에는 아마 둘 다 마음 한 켠이 시렸을 것이다.


이제는 내 마음을 돌아다보면서 글로 풀어내는 방법을 찾았다.

내 안의 성을 '쓰기'라는 행위로 풀어내고 그는 "읽기"로 알아차려준다.

달라진 그와 나...


그 사람은 1초마다 바뀌는  현란한 다음(Daum) 화면에서 'brunch by 맵다쓰다'란 글자를  단박에 찾아내고  글에서도 내 마음 발견해준다.

그리고  조용한 라이킷으로 마음을 전해준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와 독자로 우리는 대화를 한다.


Ivanov Vladimir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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