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보통
배고프거나 아픈 걸 엄마한테 말하지
아빠한테 말하기도 하겠지
아니면 엄마가 알아채던가
나는 엄마도 아빠도 있는데
없지
엄마랑 살지 않는 아이들은
아파도 아프지 않아 배고프지도 않지
언제나 배가 불러야 해
나를 데리고 있는
손끝이 차가운 사람들은
태엽을 감아 놓으면 누구 앞에서든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 같은 아이를 좋아해
멈추면 또 감아 놓고
멈추면 또 감아 놓고
아픈 건
다락방에 눈물 묻은 이불처럼 개켜 두고
나는 늘 짧은 빨간 치마를 입고 배부른 목소리로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
나는 언제나 배고프지 않아
아프지 않지
배고프고 아프지 않다고 생각을 해야하면
배 고프지 않아
아프지도 않지
시인 유하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엘 가야 한다는데
나는 바람 부는 날이면 혼자 우리집 뒷산 관모산엘 올라가
쉬지도 않고 씩씩거리며 계속 올라가
아직도
태엽을 감아놓은 오르골처럼
배고프고
아프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