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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 미립자 Sep 16. 2021

길고양이가 나를 불렀다. “응? 나?”

나는 선택된 여자 사람

그렇다. 우리 ‘냥이’는 우연히 만났다. 이미 안면을 텄던 길고양이가 사라지자 난 애타게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난 날,  그 현장에 제3자로 쑥 끼어든 ‘냥이’.   ‘저 녀석은 뭐지? 조그만데 청소년냥인가?’  첫 만남에선 이 정도 관심에서 그쳤고 곧 잊었다.




안면을 트고 지냈던 2마리(내가 부르던 이름 - 정화니냥, 청소년냥)의 단짝 길고양이 중 한마리는 아예 사라지고, 나머지 한마리는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나를 한동안 애태웠는데. 그날도 난 어두워질 무렵 그 녀석들이 앉아있던 공원의 구석으로 갔다.  “고양아~ 야옹~ 오늘도 없어? 대체 어디 간거야?”


“내가 너를 부를때 돌아봐 주었다옹~”


이러며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냐옹~”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난 ‘아버지~’ 하는 심청이를 찾는 심봉사처럼 “응? 어디야? 어딨어?”하며 뱅글뱅글 돌며 두리번거렸는데 도통 보이지 않는거다. 그런데 ‘나 여기 있잖아~’ 하듯이 또 “냐옹~” 소리가 들렸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위를 올려봤는데, 아니 세상에! 높은 나무 위에 며칠 전 봤던 그 제3자 ‘냥이’가 날 부르고 있는 거다.   

 

냐옹~ 냐옹~
응? 나? 나 부른거야?
      냐옹~    


마치 ‘거긴 이제 네가 찾는 고양이들은 없어. 걔들 이제 여기 안 와.’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고알못인 내 눈엔 ‘냥이’가 나무 높은 곳에 올라가 있어 위험해 보였다. 게다가 계속 냐옹~ 냐옹~ 울어대니 ‘아, 지금 쟤가 못 내려와서 우는건가? 내가 내려줘야겠네’ 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다. 그때까지 고양이를 제대로 만져본 적도 없고 만지고 싶지도 않았던 나는...


“나무에서 나를 내려준다고냥? 풋~”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힙쌕에 들어있는 비닐장갑을 꼈다. 나란 여자, 결벽증 있는 여자. 동물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무서워하기도 하고, 선뜻 만지는 것도 꺼려하는 여자였다. 네, 네... 죄송합니다. 저 그런 여자에요. 이해해 주세요... 암튼 평소에 고양이 사료, 간식, 비닐봉투, 비닐장갑 등을 힙쌕에 넣어다니고 있었던 터라 가능한 상황이었다 . 어둠이 깔린 저녁, 남들 다 운동하는 공원에서 주섬주섬 비닐장갑을 꺼내 끼는 나를 혹시 누군가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런데 용기를 내어 장갑을 끼고 팔을 한껏 올리는 순간, ‘냥이’가 너무나 사뿐히 폴짝 뛰어내리는 거다. 허... 이런 거였구나... 고양이들의 놀라운 운동 신경과 날렵하고도 예술적인 착지 솜씨는 체조선수의 그것에 버금갔다. 그렇게 풀밭에 안착한 ‘냥이’는 재빨리 나와의 거리두기를 위해 뒷걸음질 치면서도 눈빛만은 초롱초롱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여긴 다른 애들 밥자리잖아.
니 자리는 저~ 쪽이잖아.
냐옹~
니 밥자리 잊어 먹었어?
     가자, 데려다줄게.     

무슨 고알못의 오지랖이었을까. 난 길고양이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그때는 몰랐다. 얘가 자기 밥자리를 잃어버리고 다른 고양이 밥자리에 잘 못 왔다는 어이없는 착각을 했던 거다. 그래서 얘를 내가 봤던 원래 밥자리로 데려다줬는데. 이날이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고작 50미터 남짓 될까 한 거리를 마치 강아지처럼 신나게 쫄래쫄래 폴짝폴짝 따라오는 것이었다! 하.. 어찌나 귀엽던지... 고알못의 뜬금없는 오지랖에 ‘냥이’는 어떤 생각을 하며 나를 신나게 따라왔을까.     



눈부시도록 뽀얗고, 길고, 우아한 털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더욱 친근하면서도 짠하게 다가온 '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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