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_속초 여행기 (1)

by 정담
10월 말, 세 번째 나 홀로 강원도 여행을 떠났다.


지난 4월, 속초 2박 3일 여행 이후 다시 돌아온 강원도였다. 일본 3박 4일보다 더 무거운 백팩과 캐리어 하나를 이끌고 버스에 올랐다. 누가 보면 한 달 살기라도 하는 줄 알았을 거다. 백팩에는 노트북과 아이패드, 그리고 필터카메라와 셀카봉을. 캐리어에는 바지 한 장과 원피스 하나, 잠옷 한 벌까지 챙긴 후 두 손 무겁게 떠난 여행은 지금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딱 한 시간 남겨두고 있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기 전 세운 나의 여행 계획은 ‘아무것도 안 하기’였다.


여행을 결심하기 전 으레 그래왔듯, 회사와 사회생활에 깊은 현타를 느끼고 진절머리가 나던 중이었다. 유난히 긴 편이었던 이번 추석, 입사 이래 정말 처음이라 생각할 만큼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대단한 힐링이 된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약 열흘 만에 다시 돌아온 회사는 다시금 나에게 현와 매너리즘을 느끼게 했고 그때 강원도 여행을 생각했다. 사람마다 각각 여행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나에게 혼자 여행이라고 한다면 말 그대로 ‘힐링’이다.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나의 시간을 나의 마음대로 활용하는 그런 자유로운 시간. 그게 필요했다. 상사가 시키고 회사가 바라는 대로 입맛대로 맞춰져야 하는 내가 아닌.


대부분의 여행하는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걸 못 견뎌한다. 명소란 명소는 웬만하면 다 둘러보길 원하며 음식은 안 먹더라도 꽂히는 건 무조건 사야 직성이 풀린다. 기념품도 두 손 가득 다 나눠주진 못하더라도 그걸 집에 두는 것만으로 나름의 만족감을 느끼는 유형의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엔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반년 전 속초에 왔을 때 보고 싶었던 웬만한 걸 다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난 여행 때 따뜻한 바람 아래에서 느꼈던 그 여유가 너무나도 인상 깊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두 번째 같은 곳을 오는 건 나에게 흔치 않은 일이라 보다 여유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여행 전 날의 나에게 있는 거라곤 그저 숙소와 버스시간이 다였지만 ‘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심지어 처음부터 너무 여유를 부린 탓에 버스 시간을 한 시간 미루기까지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집을 치우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을 나서기 20분 전, 하지만 화장도 짐도 챙기지 않은 상태였던 나는 두 자아 사이에서 고민했다.


‘서두르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가다가 꼭 뭐 하나 빠트리지. 그냥 미뤄!’


의 자아.


결국 두 번째 자아가 승리했고 나는 2시 차를 4시 차로 미루는 선택을 했다. 그러면 원래 생각이었던 [가자마자 짐 놓고 중앙 시장 가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혼자 여행이라 가능한 자유였다.


그렇게 속초에 딱 도착하고 터미널에서 5분 거리인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웬걸, 숙소를 보니 약간의 실망이 들었다. 지난 여행에서 즐거웠던 점 중 하나라면 침대에 누워 맞이하는 오션뷰였는데, 그래서 돈을 조금 더 주고 이번에도 오션뷰로 예약을 했는데(자리가 없어 파셜 오션뷰였지만, 그래도!) 누우면 보이지도 않는 창문 너머의 바다뷰 그전에 다른 숙소의 선명한 한글 글씨가 너무나도 눈에 박혔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다가 가까우니까…!


하는 마음으로 나간 해변은 어두운 탓에 볼품이 없었다. 그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애매한 색상의 바다는 속초 해변의 밝은 빛 때문에 더욱 우중충해 보였고 덕분에 기껏 가져온 돗자리에서 채 20분도 앉지 못하고 이내 숙소로 다시 돌아가기에 이르렀다.


뭐, 됐어! 원래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잖아! 얼른 씻고, 팩 하고, 밥 먹으면 돼.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음식을 열심히 먹고 나니 이제는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좋아! 저번에 좋았던,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한번 누리고 싶었던 자유에는 밤늦게 tv로 유튜브 켜놓고 핸드폰 하기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양치도 안 하고 불도 안 끄고 잠드는 걸 뜻하진 않았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 쉽지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