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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해도 되는 이유

by 슬로대디

때로는 모르는 게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이 약을 먹으면 얼마나 쓴 지,

이 사람과 헤어지면 얼마나 아픈지,

이 일을 하게 되면 얼마나 힘든지,

차라리 모르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도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옆으로 돌아갈 길이 없습니다.

결국은 지나가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덜 실망하기 위해서 몰라도 되는 것들을 알려고 합니다.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결과들을 어떻게든 알아내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미 지쳐갑니다.

굳이 지금 알아도 되지 않는 것들을 알고 나서 미리 상처를 받으려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에 마음을 뺏겨, 모르는 게 약이란 말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하나라도 더 아는 게 재산이지, 어떻게 모르는 게 약이 될 수 있냐고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나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 결과를 미리 예측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를 미리 예측해서 방향을 잡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모든 일에 있어서 참 중요한 과정입니다.

단, 이것이 너무 지나쳐서 시작을 계속 늦춰지게 한다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가끔은 몰라도 되는 일은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것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돌다리도 한 번 더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하는데 무슨 소리냐 뭐든 꼼꼼하게 하고 넘어가야지"

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게 맞을 수도 있겠고, 또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눈과 귀를 잠깐 닫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그거 엄청 힘들다고 하더라, 가능성이 낮아 보여, 지금 시작해서 괜찮겠어?'

보지 않아도 될 장면들, 듣지 않아도 될 얘기들을 들으면서 거기에 휩쓸려 나의 기회들까지 날려버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정보력이 경쟁력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관계로 이제는 조금만 노력해도 얼마든지 많은 정보들을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고, 그만큼 많이 알아야 도움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다 알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몰랐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고, 알았으니까 안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다음에 이어질 상황들에 대해서 모두 다 알려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그것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조건이나 상황이라면 너무 자세하게 알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알고 있던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몰랐던 것을 깨닫는 것이 더 오래 남고, 공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잘 몰라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작해도 됩니다.

잘 모르겠다고, 준비가 안됐다고 위축될 필요 없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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