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서 난리난 성인판타지소설- Fourth Wing

북미 MZ들은 이런 책을 좋아하나?

by 아테나

틱톡에서 난리난 소설. 2023/2024년 #booktok 해시태그를 장악했다는 바로 그 책이다. New York Times Bestseller List에서 장장 18주 동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을 기억한다면, 비슷한 종류의 성인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드래곤 길들이기헝거 게임을 섞어 놓았다고 할까. 현재 1권과 2권이 출시되어 있는데 성인 판타지 소설계에 돌풍을 몰고 온 레베카 야로스의 작품이다. 요약하자면 드래곤 라이더 사관학교 일기 정도랄까.

성인 판타지 소설 - 여기서 키워드는 "성인"이다. 여주 바이올렛(약해 보이지만 악바리 근성이 있음)잘생겼지만 살기를 내뿜는 남주 제이든(뛰어난 초능력을 가지고 있음). 제이든은 원수의 자식인 바이올렛을 사랑하게 된다. (판타지 특성상 이 정도의 클리셰는 넘어가 주기로 한다.) 주인공들이 이미 성인이기에 그들의 거친 어휘도, 뜨거운 순간도, 거침없이 묘사된다. (엄청 야하다고 들어서 나름의 기대를 걸었으나, 야한 부분은 한두 군데밖에 없고, 그나마도 1권의 중반을 훨씬 넘어서야 겨우 나온다.)


어쨌거나 많은 2030 여성팬들을 확보한 건 사실이다. (여자들은 시각적으로 야한 매체보다 스토리가 있는 매체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스토리가 있어야 몰입이 더 잘되니까 그런 건가?)


레베카 야로스의 상상력은 훌륭하다. Scriber (기록과 문서 담당), Infantry (보병, 지상전 담당), Healer (치료 담당), Rider(용을 타고 날아다님; 공중전 담당)으로 나뉘는 사관학교와 그 안의 학생들. 드래곤나바르국이 상생하는 이유, 드래곤라이더가 연결되는 과정 등등, 그녀의 세계관은 충분히 흥미롭다.


그러나 글의 퀄리티 자체가 너무 낮다. 1권은 세계관의 신선함으로 그나마 읽을만하고, 2권에선 내가 견딜 수 있는 레벨을 넘어섰다.


예를 들어 깊은 유감을 표현하기 위해 남주가 여주에게 하는 말이 "I'm fucking sorry"라니. 누가 저렇게 말하나. 군인이라는 설정과 캐릭터를 감안해도 그렇다. 욕이 나온다는 것엔 거부감이 없는데, F자 욕만 계속 나오니 지루하다. 기쁠 때도 "I'm fucking happy" 안심했을 때도 "I'm fucking relieved" 이런 식이다. "Shit"이라는 단어도 백번이 넘게 나온다.


유치한 내용이 아닌데도 유치하게 쓰니까 스토리에 대한 궁금함이 점점 사라진다. 도대체 담당 에디터는 뭘 한 건가. 책은 작가뿐 아니라 출판사 집단지성의 결과물이 아닌가? 1권이 그렇게 잘됬는데? 설득력 있는 가상의 세계를 구축한 판타지 소설이라면 문장력 따위 없어도 용서가 되는 걸까? 독자는 과연 어디까지 이해해 줄 것인가?


북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음에도 아직 한글번역본이 나오지 않은 듯하다. 세계관에 맞춰서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아서 번역이 쉽지 않을 듯하다. 어쩌면 번역본이 더 훌륭할 수도 있겠다 (원작의 후진 문장력을 번역가 수려하게 바꿀 수 있다면). 원서 읽기에 도전한다면 비추다. (특수한 단어 또는 세계관에 맞춰 만들어진 단어가 많아서 굳이 이 책으로 영어책 읽기를 연습할 이유가 없다.)


내돈내산 한 소중한 책들 - 남한테 빌려주긴 해도 팔거나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책은 망설임 없이 헌책방에 내놓을 예정이다. 소재와 캐릭터와 세계관의 흥미로움을 문장력으로 다 까먹는 안타까운 책. 2025년 1월에 3권이 나온다지만 읽어볼 생각은 없다.


#FourthWing #Iron Flame #RebeccaYarros #레베카야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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