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랬지. 스타일을 좀 바꿔보지 그래.
그런 스타일 있잖아. 캐주얼하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
난 그게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걸친 스타일은 아니란 걸 알았지.
그래서 그가 골라주는 옷을 입고 그가 골라주는 신발을 신었어.
나중에 알았어. 그가 말한 스타일이 무엇인지.
그건 그냥 더 비싼 옷, 더 비싼 코트와 더 비싼 신발이었단 걸.
학자금 대출과 생계형 알바에서 자유로운 그녀들의 스타일이었다는 걸.
해외 어학연수를 망설임 없이 떠나고 입학이나 졸업 선물로 비싼 코트나 가방을 선물 받는 그녀들이었다는 걸.
난 그가 다른 옷을 입길 바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를 만날 때면 자꾸 내 모습이 신경 쓰였어.
늘 입던 청바지와 티셔츠가.
오래된 파카가.
그렇게 피기 시작한 곰팡이는 점점 커져서
우리가 헤어질 때 즈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어.
스타일을 좀 바꿔봐.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린 조금 더 오래 행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