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 한국이 낯선 친구 둘과 함께 했던 열흘 남짓의 한국 여행 중, 나는 두 명의 역술인을 만났고, 끊었던 담배 몇 개비를 태웠으며, 셀 수도 없는 술병을 비웠다.
답을 얻고 싶었다. 절실하게.
아무 의미 없는 하루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는 이 생활 끝에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난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무엇을 위해 매일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내 삶에서 빠진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30대에는 이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가난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던 10대와 20대. 그 공포에 맞서 죽어라 일만 했다. 하하 호호 고객들의 비위를 맞추고 동료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렇다고 내가 엄청나게 희생을 하고 산 건 아니다. 일을 선택함과 동시에 나는 어느 정도는 엄마이길 그리고 아내이길 포기했다. 일만 보고 달렸다.
(감사하게도) 일은 끊이지 않았고 나는 늘 바빴다. 심지어 코로나 시국 중에도. 그런데 마흔셋이 된 지금 무기력증이 심하게 오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번아웃 (Burn-out)이 찾아온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뭐라도 배워볼까 싶었지만, 딱히 당기는 게 없다. 피아노를 다시 배워볼까. 운동을 해볼까. 여행 계획을 세워볼까.
하루를 사는 것이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일을 하다가, 숨이 가빠오고 가슴이 조여드는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 점점 빈번하게 오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든 이 늪에서 헤어나고 싶었다. 목표를 상실한 이 시점에서 내가 뭘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