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엄마를 각성하게 하는 소설 "설이"
하지만 부모의 어깨 위도 멀미 나게 흔들리는 곳이었다. 이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어깨는 없다. 그렇게 당연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한때 시현이 악마처럼 사악한 아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 아이도 나처럼 격렬한 어지러움에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소설 "설이" - 심윤경
'만약 고양이를 키워도 된다면 나는 시현의 집에서 살 것이다.'라는 문장은 잠시 다녔던 영어학원에서 늘 들었던 지겨운 조건법 시험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If는 최고로 골칫덩어리라서 일단 그것이 달리면 문장의 시제는 4차원 시공간처럼 마구 뒤틀리고 아이들의 미간은 고통스럽게 찡그려진다.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강아지는 수학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아버지학교가 곽은태선생님께 단단히 가르쳐주었을까?
나는 그런 가시 돋친 조건문들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이모라면 시현의 그 힘을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성깔 부릴 때 쭉 찢어지는 저 눈이야말로 시현의 제일 예쁜 점이라고, 저 화살 같은 눈으로 자기 갈 길을 정확하게 찾아간다고 얼토당토않게 갖다 붙이고 흐뭇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모가 소망한 대로 시현은 화살이 되어 자기 길을 날아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