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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테나 Apr 29. 2023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 이야기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한국사람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국 이야기를 담은 한국계 작가의 소설을 캐나다 서점에서 만났을 때 희열을 느꼈다.  일부러 찾아본 책이 동네 서점에 있었다는 것 또한 그저 기뻤다.  간만에 술술 읽히는 책을 만나서, 다 읽고 나면 다음엔 뭘 읽어야 하나, 책장을 넘기는 게 조금씩 아까웠다.


두 해전에 읽었던 '파친코'와 약간의 공통점이 있으나 성격이 다른 책이다.  둘 다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영문소설이라는 점과,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공통점,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체적인 톤도 달라서, 파친코가 좀 더 무겁고 다큐스럽다면, 작은 땅의 야수들 (이하 "작은 땅")은 극적인 요소가 더 많이 담긴 소설이다. 소설의 아름다움이 더 잘 드러난다.


파친코만큼 긴 소설이 아님에도,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있고, 얽히고설킨 그들 간의 관계 또한 드라마틱하다. 편집이 잘 된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요즘 영화가 점점 길어지는 것에 불만이 많은 1이다.) 소재 또한 다르다. 파친코는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인의 삶을 담았지만, 작은 땅은 일제 치하의 한국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도 있는 엔딩 - 독립운동가가 친일파로 몰리고 친일파는 독립운동가로 몰리는 혼란스러운 시대상 또한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나쁜 사람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나쁠 수는 없고, 착한 사람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착할 수는 없듯이, 복잡하고 다양한 일본인과 한국인의 묘사도 좋았다.


She fluttered with the knowledge that certain words in a certain order could rearranger her on the inside, like moving furniture. Words changed and remade her constantly, and no one else could even sense a difference.  

어떤 단어들은 그녀의 내면을 움직인다는 사실이 설레었다. 가구배치를 바꾼 것처럼. 단어들은 그녀를 바꾸고 새로이 만들었지만, 누구도 그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저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것 같다.


어떤 글은... 읽고 나면 내 속이 움직이는 느낌이라는 말. 가구배치를 다시 한 것처럼.


인류를 살리는 것도, 성장시키는 것도 '글'이다.


아홉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작가, 김주혜. 무려 프린스턴 대학 출신이라는데, 한국 이민자들은 왜 이렇게 뛰어난 자들이 많은 건지. 살짝 시기와 질투에 빠졌다가도 그녀의 아름다운 글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음이 기쁘고, 이런 책을 캐나다 동네 서점에서 구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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