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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테나 Jan 26. 2023

출근길, 그리고 내적 갈등

언젠가는 딴 길로 새 버리고 말 거야.

출근길은 늘 멀다.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도착점을 자동설정한 내비게이션처럼 목적지에 도착하건만, 운전석에 앉기까지 억지로 억지로 나를 내몬다.  


집을 나서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탄다. 사무실로 향하는 출구에 다다르기까지 몇 번을 생각한다. 오늘은 다른 길로 빠져볼까. 어디 가서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커피 한잔 하면서 책 좀 보다 가면 안 될까. 그러다 출구가 가까워져 오면, 이번에는 그냥 지나쳐버릴까, 쭉 가버릴까, 쭉 가서 가고 싶은 곳이 나올 때까지 갈까. 그렇지만 내 손은 이미 우측 시그널을 넣고 있고, 차는 약속된 출구로 이미 빠지고 있다.


상상해 본다. 언젠가 이 출구를 그냥 지나치는 나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말들을 꾹꾹 눌러 담고 견디는 나를, 놓아버리는 상상을 한다.


언젠가 배우자가 나에게 물었다. 넌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냐고. (사실 읽기보다 사는 책이 더 많다.)  그 질문에 나는 그냥 허허 웃으며 넘어갔다. 책을 놓지 않고 살았던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았기에, 그냥 기분이 좋았다.  


사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좋은 책을 읽을 때마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글 쓰는 삶을 꿈꿨었는데, 내 안의 이야기는 그저 두서없는 이야기들 뿐.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두서없는 생각은 글로 옮겨지지 못한 지 오래되었고 이제 나는 입금과 결제를 위한 문서와 이메일만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마흔 넘어 등단하신 박완서작가님을 생각하며 약간의 희망을 얻는다.  그녀의 필력에 가까워지긴 불가능하겠지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한 살 한 살 더 멀어지겠지.


마흔이 넘은 지금의 나는 쉰이 넘어 등단하는 어떤 또 다른 작가를 생각하고 있을 십 년 후의 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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