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테나 Jan 28. 2023

오지 않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갈아 넣는 우리에게

다 거짓말이야. 환상에서 깨어나.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 주입되는 메시지는 이러하다:  좋은 대학 가려면 지금 고생해야지. 열공해서 대학에 가면? 좋은 곳에 취직하려면 스펙을 쌓아야지. 취직하면 끝나나? 아니다. 그다음은 결혼이다. 좋은 배필 만나서 결혼하려면 안정된 직장과 모아놓은 돈도 있어야지. 그렇게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다. 이제는 아이들의 미래도 내 몫.  아이를 잘 키우려면 갖가지 교육비를 부담해야지. 그 애들 시집 장가보내려면 따로 돈도 좀 모아둬야 한다. 내가 노후에 잘 살려면 내 노후자금도 지금 고생해서 모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70대, 80대가 되었을 때, 나는 과연 행복한 '오늘'을 살고 있을까?  기억나지 않는 유년기는 젖혀두더라도, 10대부터 60대까지 고통받는 삶에 대한 보상으로 과연 충분한가? 행복한 70대가?


아침부터 눈물이 난다. 미래를 위한 오늘의 희생은 끝이 없다.  미래는 모호하다. 미래는 늘 '미래'에 있기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다. 그 신기루를 쫓아 버거운 하루하루를 견디는 우리다. 


작년엔 딱 2년 반 만 더 버티자는 결심을 했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려면 걸리는 시간이다.  벌써 2023년 1월의 끝자락. 캐나다에서는 학년이 6월에 끝나니까, 2년 하고도 다섯 달이면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겠지. 나는 그때까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기로 결심했다.


애가 대학에 가면 그때는 나도 한두 달 정도 쉬어보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쉬면서 글쓰기 공부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나의 착각일 뿐.  그때 되면 사립학교 학비대신 대학 등록금을 벌어야 하고, 나중에 장가보내려면 뭐라도 하나 해줘야 하니 그 돈도 벌어야 한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해야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나의 허황된 결심을 들은 지인이 올리버 버크먼4000주를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읽어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삶은 유한하고, 생각보다 짧다.  80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4000주. 마흔 중반을 바라보는 나에게 남은 생은 2000주가 안된다. 여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래, 인생이 유한하고 짧다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당장 다음 주에 저세상 간대도 큰 미련이 없을 것 같은 삶인데.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괴롭게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철이 들고부터 한 번씩 스스로를 점검했다. 오늘 하루를 생산적으로 살았는가?  옛날에 두 살 위 언니가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으면 좀 생산적으로 살라며 잔소리를 했다.  난 원하는 것이 많았기에 공부든, 일이든, 연애든, 노는 것이든, 꽉 채워서 해야 했다. (술을 마셔도 끝까지 달리고, 연애를 해도 활활 불태우고.)  


저자는 우리의 환상을 친절하게 깨 준다.  장밋빛 미래 따위는 없어. 미래를 위해 현실에 충실하는 것? 어느정도는 중요한 일이지만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살아야 해. 생은 결국 오늘지금 이 순간의 모음이기에,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오늘의 고통이 당연하다는 믿음을 버려. 완벽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를 버려.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강물 같은 거라 나의 노력으로 컨트롤할 수 없다. 그러니 시간을 정복하려는 오만을 버리자. 좀 느슨하게 살아보자.  돈이 되거나, 그 분야의 일인자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매우 쓸모없는 취미를 만들어보자. 내가 원하는 속도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든 일들에 조금 더 시간을 주고 기다리자.  


무엇보다 창문 없는 방에서 오지 않는 새벽을 기다리진 말자. 먼 훗날이 아닌, 오늘을 장밋빛으로 꾸며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