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의 자리", 정해연 소설

by 아나스

홍학의 자리

정혜연 지음, 엘릭시르, 2021년 7월 26일 발행


2025년 9월에 읽음


오랜만에 읽은 한국 추리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다보면 늘 그 수면밑에 예상치 못한 관련 인물들의 깊은 감정이 드러나며 안타깝고 슬프거나 때로는 처연한 느낌마저 주기 때문인데, 그런 기대를 안고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를 읽기 시작했다.


빠른 호흡으로 써내려가서인지 술술 잘 읽혔다.

아내와 떨어져 지방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준후는 자기 반 학생 채다현과 불륜 관계다. 학교 선생들 중 젊은 축에 속해 늘 여러 잡일을 떠맡다보니 야근하는 날도 많다. 그렇게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던 어느 밤, 학교로 찾아온 채다현과 관계를 맺는다. 관계 후 다현이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지만 뒤늦게 교실에서 다현의 시신을 발견한다. 자신의 불륜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그는 다현의 시체를 호수에 유기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점차 수사망이 좁혀온다.


이 소설은 호불호가 꽤 갈린다고 하는데,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상당히 어둡고 가라앉아 있으며 특히 주인공 김준후라는 인물의 비겁함이나 찌질함이 독자에게 불쾌감을 불러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준후의 심리에 공감할 수 없기에 크고 작은 이벤트마다 그가 하는 선택, 그의 심리, 그의 시선이 그저 사건을 풀어가는 도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죽은 채다현의 자살 vs 타살 여부와 마지막 반전이 놀랍다. 가독성 좋은 문체와 흡입력 있는 구성을 통해 이야기에 한껏 몰입한 상태에서 터지는 반전의 쾌감이랄까.


하지만 주인공의 감정과 행동의 동기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워서인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저 동네에는 얼씬도 하지 말야야지.... 싶었다면 내 감상이 너무 얄팍하려나.

매거진의 이전글"트렁크", 김려령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