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 친구에게서 일기가 도착했다.
무뚝뚝한 척하지만 태생이 다정한 그 애는 자기가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어 하듯이 행동한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을 잘 챙기던 그 애는 철부지 10대부터 ‘맘’이라 불렸고 20대 때는 새해가 되면 ’어머니 피부 타입 어떠신데? 이거 가져가서 드려라.‘라는 새침한 말투로 자기가 운영하는 화장품 가게에서 제일 비싸게 파는 스킨로션 세트를 쥐여주기도 했다.
투명한 스킨 병 안에 동동 떠다니는 금가루를 보며 고마워만 하던 나에게 그 애는 항상 대가 없는 애정을 주었다는 것을 한참 뒤에서야 깨달았다.
‘대가는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새침한 말투는 지금까지도 여전한데 이번에 보내온 일기에서도 한결같음이 보여 웃음이 났다.
‘어제 매장이 좀 일찍 끝나서 신촌 갔었음.‘
스물두 줄이나 되는 긴 메시지의 첫 문장이었다.
내가 일기라고 표현하는 그 메시지는 전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마지막에 느낀 점까지 말하는 정말 ‘일기’와 비슷한 형식이었기 때문인데 ‘음‘으로 마무리되는 말투가 너무도 그 애 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츤츤거리는 말투로 하루의 감정을 공유한 일기 속에서마저 애정이 느껴지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자주 진지하고 재미없는 것들이 취향인 나를 알기에 서로의 닮은 점을 찾아 매번 공유하고 운을 띄워주는 그 애의 또 다른 챙김 방식이 어렴풋이 담겨져 있음을 안다.
메시지를 받고 며칠이 지난 지금, 어떠한 방식으로든 아낌없는 애정을 주는 그 애에게 비슷한 챙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일기를 썼다.
이제 마무리를 위한 이 문장을 마지막으로 그 애에게 전송이 되겠지.
“야! 여전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