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조가 보고싶다.
이상하게 마음이 안좋은 날이면 옥조가 더욱이 생각난다. 촌의 밤은 다른곳보다 일찍 찾아온다. 깜깜해진 집 마당을 비추는건 별빛 몇 무더기와 조금 더 큰 달빛이 끝이다. 마당 양쪽에있는 텃밭의 고추와 깻잎과 상추와 호박과 부추는 검정색 그림자처럼 덩어리져 보인다. 옥조는 마루에 앉아 그 덩어리들을 한참이고 보았겠지. 사실은 그 덩어리 사이에 있는 대문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옥조는 귀가 참 밝았다. 옥조를 멀리두고 엄마랑 이야기 하면 옥조는 귀신같이 듣고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옥조를 보러가는 날이면 양 텃밭 사이에 있는 대문을 열자마자 옥조가 집 안의 안에 있는 문을 열고 구부정한 허리와 다리를 움직여 마중나오곤 했다.
방에 앉아서 연속극을 보던 옥조는 콘크리트를 긁는 그르륵 소리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리고 밤이되면 얼마나 그리웠을까.
옥조는 치매에 걸리고도 귀가 밝았다. 소곤거리는 말소리도 금방 엿들었다. 청력이 대단한 우리 옥조는 떠난 지금도 귀가 밝겠지. 내가 옥조 심심하지 않게 많이 말할게.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