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제목이 쏘아올린 생각의 공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있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는 2024년 독서인들에게 찬사를 받은 도서 중 하나로 인간과 역사, 종교에 대한 철학을 다룬다. 책이 받은 영광스러운 기록이 아닌 제목에 끌려 읽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어떤 일이든 필연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다.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물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컵을 드는 행위마저 허투루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으로서 이 책을 어떻게 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종류라도 허점 많고 어리석은 인간인지라 여전히 후회할 순간들이 만들어지곤 하는데 때마다 ‘그것’덕분에 깨달은 것을 정리하며 퉁치거나 ‘그것’을 통해 발생된, 혹은 발생될 감사한 일을 생각하며 극복하고 있다. 자주 하는 생각을 빌리자면 ‘과거의 후회스러운 일들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덜 한 사람이 됐을 거야.’로 요약할 수 있다.
긍정 회로라 포장하고 정신승리라 말할 수 있는 이 의식은 생각보다 자주 시작된다. 그만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자주 한다는 건데 다른 이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 삶은 필연적인 동시에 불가피하죠.
책의 중심인물인 엘리자베스 핀치가 한 말이다. 완벽한 인물로 묘사되는 그녀는 자기 연민 없는 성숙한 사람으로 언제나 일관적인 모습을 침착하고 냉정하게 유지한다. 완독 전인 지금, 이만큼이나 완벽한 그녀가 삶을 필연이고 불가피한 것이라 여긴다면 지난날의 후회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졌다. 근데 애초에 후회할 일을 만들기나 했을까? 만들지 않는다는 게 가능은 할까? 그녀는 소설 속 주인공이니까 가능할 수 있겠다. 그저 이야기니까.
지난 5화(충실도 때를 봐가며 해야 한다.)에서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항상 배울 것 밖에 없는 사람의 평생, 이라고. 소설 밖 진짜 사람이라면 배우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경험을 해야 하며 경험은 무조건 만족 또는 후회를 남길 수밖에 없음을 은연중에라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사람 속에서 삶을 더 알고자 하는 사람은 경험에 대한 태도를 달리해야 함을 말힌다. 마침 줄 그어둔 엘리자베스 핀치의 철학 중 응용하기 좋은 문장이 또 하나 있다.
- 현재의 과제는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교정하는 것이다. 이 과제는 과거를 교정할 수 없을 때 더 긴요하다.
참 성숙되고 멋진 문장이지만 다루기 힘든 감정 중 하나인 후회를 어떻게 교정하라는 건지 단단히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진다. 내가 하는 것은 이해가 아닌 아해스러운 정신승리일 뿐이니까. 짧으면 좋고 길면 아픈 후회는 마치 물곰팡이와 같아서 소멸된 줄 알았지만 어느 순간 잊히지않고 피어오른다. 또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후회의 감정은 언제나 곤욕스럽기만하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알고 싶다. 삶은 운명이며 필연이기에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음을 믿는다. 때문에 남겨진 후회도 비켜가지 않는 우연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극복하겠는가. 아니면 극복했는가. 또는 극복하고 있는가. 이 순간에도 시간이 흘러 내일이 되고 있다. 해석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질 미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