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사람이 되고 나서야 꽃을 받았다는 게 떠올라버렸거든

by 김현아


금요일에 말이야, 비가 왕창 왔었어. 하필이면 꽃을 주문해놨던 날이라 미룰 수가 없는 거야. 비 오는 날 운전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엄마랑 아빠한테 꽃을 빨리 주고 싶어서 일정을 하루 앞당긴 걸 조금 후회했어. 비가 많이 올 줄 알았으면 원래 가기로 했던 날 갈걸.


이만큼이나 마음이 들뜨면 빨리 보고 싶어 하면서 왜 그땐 들뜰 줄을 몰랐나 몰라. 보고 싶었다 말하면 쪼글쪼글한 얼굴이 더 쪼골쪼골 해졌잖아. 지금 생각하니까 웃는 눈이 아빠랑 닮은 것 같아. 아빠가 꽃을 받고 그렇게 웃었거든. 안녕 할머니, 4년 만에 쓰는 편지야.


넓은 마당 오른편엔 여전히 사랑방이 있어. 사랑방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사랑방이라 불러. 아직까지 그 공간엔 할머니 냄새가 나. 신기하지? 5년이나 지났는데 말이야.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란 뜻을 가져 그런 걸까, 이젠 할머니가 손님이 되어버렸나 봐. 먼 사람이 되어 기다리기만 할 수밖에 없는 당신을 둘째 아들이 여전히 그리워해.


온 식구가 모여서 기분도 좋은데 날씨까지 화창한 주말이었어. 아빠는 기분이 좋으면 고기를 구워주거나 사주잖아, 그날은 사 먹으러 가는 날이었고. 아빠가 운전하다가 오른쪽을 보고 인사를 하라는 거야. 할머니가 있는 묘지공원이 멀리 보여서 그랬나 봐. 언제 마지막으로 갔나, 이야기하다가 문뜩 꽃이 생각났어. 할머니는 먼 사람이 되고 나서야 꽃을 받았다는 게 떠올라버렸거든.


작년부터 꽃 선물을 잘 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 생각보다 드문 선물이라 기분이 활짝 피는 것 같아서. 아직은 어색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들떠 서둘러 그 사람한테 가고 싶어지는 거, 그게 꽃 선물인 것 같아. 금요일의 나처럼 말이야. 중요하게 여기기에 더욱 아차 싶은 감정은 미안과 후회를 끌어안고 같이 밀려오는데 다행히도 이번엔 조금 괜찮았어. 같은 방향으로 가는 법을 알 것 같기도 했거든.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을 함께 위하는 방법 같은거 말이야.


그게 뭐냐면, 집의 주인이 된 둘째 아들이 사랑방 문을 열어도 서글퍼지지 않도록 잘 할 생각이야. 어색했지만 쪼글쪼글 웃었던 그 웃음이 좋아서 종종 꽃을 줄까 싶기도 해. 그럼 나는 눈가의 주름을 보면서 할머니를 떠올리겠지. 이렇게 당신에 대한 후회와 생애 주었던 애정을 갚을게. 또 다른 미안을 남기지 않도록 노력도 할게. 한참 생각하니까 보고싶다. 그러니까 얼른 편지를 줄여. 잘 자고, 그 곳에선 항상 편안한 꿈만 꿨으면 좋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