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지 알지, 너는 알아?

예민함에 대하여

by 김현아


“뭔지 알지?”


어린 시절 자주 하던 말이었다. 내가 느끼는 것들, 느껴지는 것들, 떠오르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 모두 타인들도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다. 혹은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지만 무언가 다름을 알고 있던 무의식의 직감으로 공감을 받거나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한 거라는 대답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통의 경계에서 살짝 벗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한 건 훌쩍 커버린 뒤에서였다. ‘넌 너무 예민하다.’는 말이 머리를 쳤다. 그래서 더 예민해졌다. 예민하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뭔지 알아?”


자각 후 바뀐 말이다. 타인보다 몇 배나 높은 감성과 감정을 가졌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것들, 느껴지는 것들, 떠오르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이 더 과하고 깊고 이상하고 재미없고 진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나름 조심하는 것이다. 보통의 경계에서 살짝 벗어난 특이한 애라는 것을 알게 된 덕분에 가볍게 사는 법을 알게 되어 좋아라 하고 있다. 사실 가볍게 사는 건지, 가볍게 사는 척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상황에 맞춰 잘 조절하며 살고 있으니 잘 된 일이고 상당히 만족한다.



과해서 버겁지만 예민하게 사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꽤 있다. 성질과 성격을 살려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된 거라던가, 남들보다 빠른 직감으로 일에 대한 촉이 좋다던가, 흘러가는 분위기 파악도 나쁘지 않아 미팅할 때 편하다던가. 어쨌거나 전부 일에 관한 거라 내가 타고나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예민함 덕분에 나라는 사람을 잘 일으켜 자신감 있게 살고 있으니 얼마나 값진 성격일까.


남들이 봤을 때 특이하고 웃기고 별나 보이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대단한 구석이 있다. 느껴지는 모든 감각을 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 예민함이 세상을 얼마나 다채롭게 바라보게 하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더 단단하고 값져질 수 있는지 나는 안다. 그러니까 혹여나 누군가에게 ‘넌 너무 예민하다.’는 말을 들었다면 당차게 대답했으면 좋겠다.


”예민하게 사는 게 얼마나 좋은지, 너는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