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신뢰하는 법만 안다면

by 김현아


성공보다 실패에서 얻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안정만 쫓기보다는 불안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글은 불안에 대해 써볼까 한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라테 한 잔을 비우는 동안 메모장에 적힌 건 겨우 한 줄이었고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긴 참이었다. 문장 바로 아래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쳐다보며 배를 문질렀다. 가끔 뇌를 쓰기 위해 밥을 거르거나 가볍게 먹으려 하는데 최근 유달시리 입맛이 없어 다행인 건가 싶다. 배부르면 게을러져 이 한 줄조차도 쓰지 못했을 것 같다. 텅 빈 속에 음식 대신 도파민을 채우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들어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수천 개의 눈과 수백 개의 손가락이 수많은 예시를 만들어 내는 작은 창, 정답의 과도화로 불안을 부르는 곳이다.


보통의 우리는 불안을 기피한다. 무겁고 버거운 감정을 느끼기 싫어 안정만을 쫓아 회피한다. 불확실성을 피하는 동안 기회가 놓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불안이란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며 멈춰진 사람이 아니라는 칭찬이다. 방향을 잃은 상태가 아닌 방향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발생되는 그 감정을 신뢰하는 법만 안다면 생각지도 못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나를 불안형 인간이라고 곧 잘 소개하곤 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닌 그만큼 열심히 산다는 뜻에서였다.


내리던 스크롤은 멈췄고 배는 여전히 문지르고 있다. 폰을 테이블에 두고 턱을 괴어 깜빡이는 커서를 다시 쳐다본다. 올려둔 폰 화면이 켜지더니 마침 일이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떴다. 프리랜서가 되면서 마음먹은 건 해야 할 일은 절대로 미루지 않겠다는 거였다. 취미처럼 시작한 글쓰기도 수요일 당일, 혹은 그 전에 꼭 한 편은 올릴 거라 정해뒀다. 그런데 당장 내일이 수요일이다. 마음은 불안한데 뇌가 멈췄다. 글이 써질 때까지 앉아 있을까, 차라리 밥을 먹으러 움직일까 고민하다가 둘 다 하지 않기로 했다. 불안을 느끼며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그러면 이 쌓인 불안을 동력으로 내일은 더 잘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수요일 당일인 지금, 어제의 휴식과 충분한 잠으로 채워진 체력으로 눈 뜨자마자 책상에 앉아 일 하나를 끝냈다. 식사를 거르지 않기 위해 우유와 빵도 먹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곧 해가 지면 운동하러 나가겠지, 그리고 또 다른 일을 쳐내기 위해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있을 것이다. 충분히 느낀 전날의 불안으로 오늘은 불안이 없다. 잘 사용된 불안으로 내일에 대한 자신감도 얻은 기분이다.


마침 연락 온 친구에게 불안에 대해 물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애가 내 친구라니, 마음이 웅장해져 영원히 친구 해달라는 답장을 보냈다.


곧 해가 질 기미가 보인다. 운동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