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희열을 반복하는 이 짓을 사랑해야지

by 김현아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데 생각을 더 해야겠다고 느끼는 요즘이라, 일단 누웠다.

생각하고 정리하는 데는 글만 한 게 없기 때문에 메모장에 이런저런 문장을 적어본다. 손톱만한 자판을 생산적인 일로 누르는 게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쓱해졌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지 않은 것 같은 죄책감에서였다.


7월에 한 편, 8월에 한 편, 9월에 한 편, 10월에는 매거진에 넣을 글 두 편을 적었다. 참 수치스러운 개수라 스스로를 글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음을 그나마의 다행으로 여긴다. 진짜 작가들은 이렇게 적진 않을 테니까. 글을 더디게 적은 이유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일이 바빴다. 잠시 여유로웠던 본업이 다시 바빠져 주어진 일을 쳐내느라 글에 쓸 뇌의 여유가 없었다. 본업도 글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글을 쓰는데 또 글을 써야 한다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근데 안다, 뭐가 됐든 변명이다.


끊기지 않고 들어오는 일에 항상 감사하며 이건 운일 뿐이니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산다.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놓치면 운도 놓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인데, 한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바빴다고 너무 주어진 일만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다시 글을 쓰려 한다. 이건 열심히 쓰겠다는 공지다. 글을 쓰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고통과 희열을 반복하는 이 짓을 사랑해야지, 더 애정이 생기도록. 그래서 잘 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