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꾸미는 걸 좋아한다.
곳곳에 있는 취향의 물건들은 눈을 흐뭇하게 하고 마음을 뿌듯하게 하며 정서를 안정시킨다. 그 물건을 사용할 땐 마음이 더 기뻐지는데, 그래서 집 안에서 움직이는 대부분의 행위는 내 회복을 도울 뿐 아니라 오늘을 잘 보낼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일할 때 마실 커피를 어떤 컵에 내릴지 고민하고, 그 컵에 어울리는 코스터를 골라 책상 위에 올려두는 거. 청소를 시작할 때 오늘 기분 같은 인센스 향을 꺼내 스탠딩 홀더에 끼워 넣는 소박한 재미들은 하기 싫거나 귀찮은 걸 기꺼이 하게 만드는 부스터가 된다. 취향의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몸을 움직일 열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이야 작은 물건들만 모으고 있지만 사실 내 욕심은 더 커다랗다.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항상 생각하고 종종 입 밖으로 꺼내는 게 ‘내 집이 아니니까 참는다.’다. 내 집이었다면 18개의 식물들도 취향의 화분으로 분갈이를 시켰을 것이며 언제 이사할지 몰라 사지 않는 책장과 책상과 소파도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취향에 맞춰 샀을 것이다. 좁은 주방이 싫어서 굳이 하지 않는 요리도 넓은 곳에 가면 예쁜 식기를 쓰고 싶어서라도 자주 하겠지.
집을 좋아하는데 집에서 일하는 직업까지 쟁취한 내 의지는 아마 취향에서 비롯된 열정일지도 모른다. 게으르게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내 집에 취향을 가득 채우겠다는 목표로 정신을 차리고 있으니까.
취향에 약해서 강한 인간이 되고 있다. 이유와 과정과 과정 속 결과들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 취향 따라 살고자 한다. 오늘은 새 컵에 핫초코를 마시며 책을 읽었고 내일은 티스푼을 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히, 벌써부터 힘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