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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Jul 01. 2021

자식에게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은 직업.(下)

바텐더


저는 7년 전쯤에 아버지께 살아생전에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의 병이 악화되어 병상에 누워 암 투병을 하고 계실 때의 일인데, 그때의 제 나이가 30살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호텔에서 바텐더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아버지의 병원에 갔다가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저에게 지금 아버지께서 하고 계시던 일을 저에게 물려받아서 하라는 말씀을 진지하게 하시더군요.


저의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어머니와 함께 아파트 상가에서 야채와 건어물을 판매하는 장사를 계속 해오셨습니다. 아버지의 일과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항상 기상하셔서 시장에 가셔서 물건을 떼오시고는 저녁 10시가 다 돼서야 퇴근을 하시는 일을 20년을 넘게 해오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가게에 나가서 가끔 파를 다듬거나 마늘을 까거나 하는 일을 종종 했고 나중에 고등학생 정도 무렵에는 김장철에 배추를 나르는 일을 겨울마다 도와드렸는데, 이 배추가 그냥 들어도 무거운데 소금물에 절여놓으면 배추가 물을 먹어서 그렇게 무거울 수 없었습니다.


매일 이렇게 일을 하시는 부모님이 항상 대단하다고 느꼈었는데, 어느 날 그 무거운 배추를 나르다가 문득 "이 배추 한 봉지를 팔아서 얼마나 남을까?"라는 생각 들더군요, 그래서 어머님께 여쭤보았더니 정확한 금액이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천...백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가히 충격적일 정도로 적은 액수였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충 제가 하루에 배달한 배추 포기 봉지를 계산해보니 하루 종일 이 고생을 하고 버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 부모님이 어째서 이 힘들고 돈이 안되는 일을 계속하고 계신 건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몸은 힘들고 돈이 안되는 일을 아버지께서 저에게 물려받으라고 말씀을 하시니, 당시에 제가 드는 생각은 얼마나 바텐더라는 직업을 못 미더우셨으면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원망과 분노가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이때 제가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크게 화를 냈던 것 같습니다.

음.... 제가 당시에 욱하는 마음에 마음에 담아놓았던 서운한 이야기를 막 화를 내면서 이야기했는데,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확하게 기억나는 한 마디는 "나는 평생을 아버지같이 바보처럼 살기는 싫어요"라고 내뱉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사건 이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잘못했다고 사과는 하지 않은 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서먹서먹하게 지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화장터 앞에서 죄송하다고 사죄를 드렸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아니 어떻게 그 고생스러운 일을 아버지께서는 20년을 해봤으면서 나에게 권유를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주일 내내, 한 해에 명절 당일 빼놓고는 항상 일을 하셨었는데, 자신의 시간과 생활을 포기하고 그렇게 고된 노동에 평생을 힘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싫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철없는 행동과 짧은 생각이었음을 알고 있지만, 당시에 아버지께서는 제가 매일 같이 밤에 근무를 하고 새벽에 일과를 마친 뒤 날이 밝아올 때, 아버지의 기상 시간에 잠을 청하는 저를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셨습니다.

(뭐... 돈이라도 많이 벌면 그렇게까지 걱정은 안 하셨겠지만, 서비스업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박봉입니다.)


저는 당시에 제가 하고 있는 바텐더라는 직업에 아주 크게 만족하고 있을 때라서 제가 더욱 욱하는 마음에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느 부모나 내 자식이 험난한 고생길보다는 안정된 삶을 살길 바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지금 물론 처자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 역시도 마찬가지로 제 자식이 제가 걸어왔던 바텐더의 길을 똑같이 걸으며 성장해야 한다면 당연히 뜯어말리기는 하겠지만 곧 죽어도 나는 바텐더를 하겠습니다!!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야 몇 가지 지켜야 될 사항들을 이야기해주고 반드시 지키도록 교육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흡연을 절대 하지 말 것.

2. 근무 시, 그리고 불필요한 과한 음주를 삼가할 것.

3. 운동과 체력관리를 절대 게을리하지 말 것.

4. 한 달에 책 한 권을 반드시 읽을 것.

5. 자신감을 가지되 겸손하게 행동할 것.

6.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결과에 책임을 질 것.

7. 여행이나 풍경 그리고 음식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볼 것.

8. 돈을 사람처럼 인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대우할 것.

9. 시간을 항상 소중하게 생각할 것.

10. 도덕적으로 살아갈 것.


음... 쓰고 나니 이것은 바텐더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직업을 택하던 위의 10가지만 지키며 살아간다면 부자가 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평범하고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장래의 꼰대 아버지 예약)

위의 10가지는 제가 20대 때까지는 전부 실천하지 못했고 지금 30대 중후반에야 접어들면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들입니다.


바텐더라는 직업은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음료의 결과물로 실현시키고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런 큰 장점들이 존재하지만 저의 직업을 내 자식에게 대물림해주기 싫은 것은 저처럼 20대에는 매일 취해있었고 막 나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진 않을지, 그리고 열심히 산다 한들 이렇게 천재지변으로 운이 따라주지 않아 힘든 시기를 겪지 않을까 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제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직도 이 바텐더라는 직업 외에는 다른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아,,, 만약 있다면 요리사 혹은 역사 선생님 정도?)

단지 지금 이런 시기에 맞물려 조금 지쳐있을 뿐입니다 ㅎㅎ...


저의 동생의 꿈은 선생님이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안에는 교육자가 없으니, 동생에게 너는 꼭 나중에 커서 교육자가 되라고 누누이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워낙에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기 때문에 저에게는 그런 말씀은 한 번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년 뒤에 제가 지금처럼 대학교에서 제자들과 업계의 후배들을 양성하는 교육자가 되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셨더라면 너무나도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하셨을 텐데....라는 생각을 가끔 하고는 합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현재로서는 대물림해주기 싫다.... 라기보다는 해주면 안 될 직업이지만 혹시라도 내 자식이 백일 돌잔치 때 실이나 돈 같은 거 대신 지거를 잡는다면 뭐.... 제가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을 해줘서 바텐더로써 성장시킬 의향은 있습니다.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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