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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Jul 17. 2021

내가 공황장애를 이겨내는 방법.(上)

바텐더.

저는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쯤에 제 업장을 이미 크게 한번 말아먹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 심각한 공황 장애를 겪고 있었는데, 잘 딛고 일어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그 때 당시에 겪었던 공황 장애의 감정의 조짐이 다시 느껴지더군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4년 전으로 돌아가야하는데,

음..... 말아먹었다는 표현이 약간 과격하게 보일 순 있겠지만 '말아먹었다'라는 표현 외에는 고급스럽거나 교양 있는 표현을 가져다 붙이기도 싫고  표현할 방법도 없습니다.


33살까지 간신히 모은 몇 천여만 원을 투자해서 용산구 해방촌에 작은 업장을 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장사라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술을 잘 다루는 것과 내 손님이 많다고 가게를 열어서 장사가 잘 되는 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장사를 망하면서 가장 크게 뼈져리게 느낀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정말 참으로 사기꾼이 많다'라는 것과 '동업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위 두 가지의 주제는 나중에 천천히 다뤄보도록 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서 '공황장애'를 겪어보셨거나 겪고 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본인에게 정신적으로 아주 큰 걸림돌이 됩니다.


저도 예전에 무한도전에 개그맨 정형돈이 공황장애 때문에 방송에서 하차했다는 뉴스를 보고 '저건 정신력이 나약해서 일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겪어보기 전까지는 공감하기 힘든 정신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경리단, 한남동 두 곳의 매니저와 해방촌에 제 업장까지 총 세 군데의 업장을 맡고 있었는데, 세 군데의 업장을 돌아가면서 출근을 하다 보니 바 안에서의 바텐더가 아니라 언제부터인지 매출에 집착하면서 노트북만 붙잡고 살고 있기 일쑤였습니다. 저를 찾는 손님들도 한두 명씩 직원들에게 인계하고 나니 나중에는 저를 찾는 분들도 차츰 뜸해지더군요, (원래도 성격이 안 좋았지만 그 당시에는 극도로 예민했었던 것 같습니다.)


점차 떨어지는 매출과 여러 가지 고정비... 인건비 임대료 세금.. 머리를 싸매고 있던 와중에 직원이 자그마한 실수라도 한다면 불같이 화를 냈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했다 얘들아... 하하하...;)


그러다 어느 날 바에 아는 손님이 와서 오랜만에 바에 들어가서 칵테일을 만들려고 하는데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면서 현기증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하더군요, 그냥 뭐... 일시적이겠거니 했지만 점차 심해지면서 말을 할 때면 숨이 차올라서 호흡도 안되고 사람과 말하는 게 지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담배를 오래 펴서 드디어 올게 왔구나...라고 생각하고 내과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뭐 아무런 증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의사분께서 이런 경우에는 '내과보다는 정신적인 질병일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말씀하시길래, 다음날 그 옆 건물 내과로 가서 다시 한번 진단을 받았더니 이번에도 의사분께서 앞전에 했던 같은 이야기를 하시면서 정신과 검사를 추천하시더군요,


살면서 내가 정신과에 갈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뭔가 그때 당시에는 정신과는 진짜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사람들이 3명 이상 있는 곳에 있을 때면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현기증이 계속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정신과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정신과마다 다르긴 하지만 제 경우에는 '빈 괄호 문장 완성', '그림 그리기' 검사를 통해서 진행했는데,

"나는 어렸을 때 (                        )이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                        ) 이다" 뭐 이런 형식의 괄호를 채워넣는 60 문장 정도와 나무, 강, 해, 열매, 동물, 창문, 나 자신을 빈 공간에 그려넣는 미술 테스트 같은 것이었습니다.



두 시간쯤 걸려서 나온 검사 결과가 '우울증을 동반한 스트레스성 공황 장애' 와 '대인 기피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허... 참...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공황장애????? 뭐 티비에서나 보던 그 정신 질환이 나에게 생기다니.....


그러던 시기에 제가 운영하던 업장은 세 군데가 동시에 빚만 남은 채 완전히 망해버렸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거래하던 거래처들에게 갚아야 할 빚과 여러 대출 상환금을 떠안고 십여 년 동안 쌓아온 내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당시에 저의 공황 장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남들을 의식하는 시선'이었습니다.

'남들이 분명히 나를 비웃을 것이다'라고 생각했고 주변 지인들의 연락이 조금만 뜸해지면 '나를 외면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정말.... 참 힘들더군요, 매일같이 걸려오는 빚 독촉 전화에 하루하루가 큰 고통이었습니다.

정신과에서 처방해 주는 신경 안정제를 꽤 오랫동안 복용했었는데, 그 약을 먹으면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완화해 주고 우울한 잡생각이 나는 것을 완화시켜주지만 복용하면 일단정신이 멍.... 해집니다.


그렇게 한두 달간을 집밖에 나가지 않는 외톨이 생활을 했습니다.


멍 해진 정신으로 돈은 돈대로 땡전 한 푼도 없고 나머지 갚아야 할 돈이야 어떻게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한두 달을 티브이 예능 프로만 봤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다시 일어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페이스북을 비활성화를 해놓고 두 달 만에 다시 활성화를 시켜보니 저와 같이 동업했던 그 사람은 아직도 호의호식하면서 호호 하하거리면서 잘 살고 있더군요 ㅎㅎㅎㅎㅎ


그때 느꼈던 손이 떨리는 빡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그런 분노의 감정이었습니다.


오늘도 쓰다 보니 분량 조절이 안되는군요. 다음에 다시 이어서 써보는 걸로...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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