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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Jun 27. 2021

자식에게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은 직업.(上)

바텐더

제 기준에서 자신이 현재 업으로 삼고 있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이 직업을 내 자식에게 권유할 수 있는가?"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제 직업을 제 자식이 한다고 하면 뜯어말리고 싶습니다.

제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던 23살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15년 동안 아주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었고, 그럭저럭 평탄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20대 후반까지는 허송세월 보내면서 시간을 많이 까먹기 했지만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렸기 때문에 그래도 이만큼 먹고 살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20대까지는 그렇게 돈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뭔가 돈을 많이 벌고 싶다기보다는 바텐더로써 일을 할 수 있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며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적어도 30대 초반까지는 돈보다는 업계에서 유명해지는 것이 목표였고 돈은 그다음부터 벌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20대 때부터 큰돈이 벌고 싶었다면 아마 진작에 직업을 갈아타서 육체적으로 고되더라도 다른 일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요즘 드는 생각은 20대 때 나는 왜 더욱더 적극적으로 돈에 대해서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에는 20대 청년들이 바텐더의 진로에 대해서 물으면  "바텐더가 왜 하고 싶으세요?" 하고부터 역으로 물어보고는 합니다. 제가 그래왔던 것처럼 일에 대한 보람을 찾으려면 도전해보는 것이 좋으나 큰돈을 못 벌 수도 있고 매우 힘듭니다.라고 대답해 줍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20대 때는 돈은 못 벌어도 내가 바텐더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람 있게 느꼈지만 30대가 접어들면서 솔직히 직업에 대한 보람보다는 이제 슬슬 금전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더군요.

어느 직업군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벌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습니다.

거기다 직업적으로 바텐더는 서비스업 특성상 받을 수 있는 급여가 높은 편이 아닙니다.

30대가 되면서 어느 정도 정치, 경제에 눈을 뜨게 되고 내가 지금 받는 급여로 번듯한 내 집을 마련하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바텐더라는 직업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업장'을 개업하는 것으로 최종 목표로 정해놓고 달려가고 있지만 저처럼 사업을 크게 시원하게 한번 말아먹고 지금도 코로나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보면 두 번 다시는 내 장사는 못 해먹겠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저는 이쪽 업계 최고치에 달하는 연봉도 받아봤었고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봤는데, 항상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직장인이었을 때는 사업을 해서 큰돈이 벌고 싶었고 막상 가진 돈 다 털어서 사업을 하니 이런 천재지변이.... ㅎ..

예전에는 '물장사'가 최고로 많이 남는 사업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데, 물장사를 15년 동안 해봤지만, 생각보다 엄청난 수익이 많이 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물론 어떤 물장사를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칵테일을 다루는 바의 구조상 기타 다른 식음료업처럼 월세 세금은 똑같이 낸다고 하더라도 인건비+자재비가 생각보다 자치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바텐더로써 큰돈을 벌려면 자기 사업을 해야 하고 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남의 가게에서 '사장이 없어도 내가 이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경험을 쌓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길 권유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내 자식에게 권유해 주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가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생각하면 굳이 남들과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 길을 내 자식이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나옵니다.

저도 사실대로 인정하긴 싫지만 제가 아주 오래전에 바텐더를 시작할 당시에는 병을 돌리면서 묘기를 하는 플레어 바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학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경험해볼 수 있는 직업이었습니다. 물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요즘은 묘기를 하는 플레의 바는 많지 않고, 위스키나 칵테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바가 많아졌지만, 바텐더에 대한 인식은 예전보다는 훨씬 더 좋아졌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밤에 근무하는 직업의 특성상, 남들에게 인정받기가 조금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짧게 쓸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길어져서 다음 편에서 마저 쓰도록 하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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