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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Feb 25. 2023

'칵테일코덱스'바텐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책


바텐더로 근무하다 보면 가끔씩 손님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한 가지는 "바텐더분들은 어떻게 그 많은 칵테일 레시피를 다 외우고 만드세요?"입니다.

그 많은 칵테일 레시피라... 자주 많이 주문이 들어오는 칵테일 레시피는 전부 다 외우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클래식 칵테일의 경우에는 사용되는 필수적인 재료가 기본 3~4가지 정도? 그리고 많으면 5가지 정도의 재료가 사용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외운다기보다는 머릿속에 자동으로 저장된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칵테일을 만드는 것이 직업으로 일상이 된다면 주문이 자주 들어오는 것들은 암기력이 심하게 떨어지지 않은 이상 외우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못 외우면 주방으로 끌려가서 뒤지게 혼나면 외워집니다?)

문제는 만들어 보면서 외워진다는 것인데, 직접적으로 만들어보지 않으면 외우기가 어렵고 직접 마셔보지 않으면 외우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제가 23살 군대에서 조주기능사 실기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인터내셔널 칵테일 레시피 50개를 외워야 했는데(현재는 40개) 만들어보지도 마셔보지도 못한 칵테일을 레시피만 보면서 달달달 외우려니 머릿속에 도저히 들어가지 않더군요, 50개 외우는데... 당시의 기억으로 아마 한 달 꼬박 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많이 만들어보는 경험을 거쳐야 레시피가 잘 외워진다는 것인데, 경력 5년 차 이상 되면 웬만한 클래식 칵테일 레시피는 머릿속으로 자동 저장되어 외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문이 자주 들어오는 항상 만드는 칵테일만 만든다는 것인데,

바에서 특정적으로 잘 만드는 칵테일 그리고 국내에서 유명한 인기 있는 칵테일들이 주로 주문이 많이 들어옵니다.


마티니, 맨해튼, 김렛, 코스모폴리탄, 네그로니, 올드패션드, 갓파더 등등..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칵테일들

한 가지의 칵테일을 잘 만들기 위해서 적어도 그 칵테일을 최소 100잔 이상 정도는 만들어보고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들어봐야 재료의 비율이나 만드는 방법 등등...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 알 수 있는 감이 잡히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칵테일이 감을 잡는데 아주 좋은 척도를 제시해 주는 서적 한 권을 추천할까 합니다.

바텐더들이 꼭 봤으면 하는 좋은 서적이 있습니다만, 바로 '칵테일 코덱스' 입니다. 뉴욕에서 시작한 칵테일바 'Death & Co' 에서 발간한 서적입니다. 데스 앤코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 세계 바씬에서 주목받는 칵테일 바 중에 한 곳이며, 이 책 이전에도 업장에서 사용되는 실질적인 레시피북을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2016년에 다녀왔었는데, 당시에는 모던 클래식 칵테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던 시절이라 칵테일이 대체적으로 알코올 볼륨이 굉장히 강하다고 느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입니다.


2018년에 영문으로 발간된 칵테일 코덱스 서적을 작년에 신촌에 위치한 '바 틸트'의 주영준이라는 분께서 감수를 해주셔서 한글로 발간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아는 분은 아니지만 이렇게 좋은 서적을 한글로 발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책에서는 바텐더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칵테일 기법들과 방법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올드 패션드, 마티니, 다이키리, 사이드카, 위스키 하이볼, 플립 총 6가지의 주제로 가장 기본적인 클래식에 접근하는 방식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얼음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와 각각의 스피릿에 대한 특징까지, 그리고 클래식에서 파생된 다른 변형 버전까지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습니다.


칵테일에 대한 이해도가 자리 잡고 있다면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거나 처음 들어보는 칵테일이라도 레시피만 존재한다면 대략적으로 어떤 느낌과 스타일로 만들어야 되는지 감이 잡히죠. 적어도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을 전부 이해한다면 처음 만들어보는 칵테일을 높은 확률로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의 칵테일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익히게 되면 레시피에 표준화된 정확한 용량보다는 재료와 비율에 대해서 주문한 고객의 취향에 맞춰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네그로니를 만드는 방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면 불바르디에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맨해튼을 숙지하면 롭로이 라는 칵테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클래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모던, 크래프트 칵테일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가장 기초부터 이해하고 익혀야 다음 단계를 배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칵테일을 취미로 다루시는 일반인분들이 이해하기에는 약간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다양한 얼음이나 주류로 실험적인 음료를 만들어볼 수 있는 바텐더들에겐 더없이 좋은 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반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정말 칵테일을 만드는 기술에 대해서 굉장히 상세하게 잘 설명되어 있어 공감되는 내용이 정말 많아 읽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결론은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기본 기초에 충실하고 아무리 쉽고 간단한 칵테일이라도 수 백 명의 고객의 피드백을 듣고 스스로 연구해야 비로소 장인 정신에 버금가는 실력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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