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코로나가 처음 유행했을 때는 저는 그냥 '사스' 정도라고 생각하며 큰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몇 달 이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으로 별다를 게 없는 일상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지금도 제 상식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인원 제한에 영업시간제한까지, 거의 근 2년 동안 1년여 정도는 아예 영업을 하지 못했고 그나마 1년은 영업이야 했긴 했어도 영업을 하는 게 오히려 적자였습니다.
직업에 회의감을 느꼈던 적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23살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바텐더로써 걸어오며, 정말 인생 최대의 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영끌해서 모을 수 있는 모든 대출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도 근근이 버티다가 1년쯤... 지났을 때부터 집에 있는 돈 되는 물건을 당근에 중고로 내다 팔았습니다, 자전거,,,,명품 가방,,, 아껴놓은 위스키 올드 바틀,,,,세상 세상 보물 1호 플스까지(솔직히 이거 팔 때는 눈물 살짝 났었음;) 돈 되는 건 전부 다 팔았습니다.
그러다 이게 팔아도 도움이 얼마 되지 않았고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자 현실의 자신을 부정 단계에 접어듭니다.
'아.... 나는 왜 이 직업을 택해서 이런 개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냥 어렸을 때 아버지 말씀 듣고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낮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정상적인 직업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지 말았어야 했나...'
그러다가 건강검진을 우연한 계기로 받게 되었는데, 잦은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로 인한 췌장염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방치하면 췌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질병입니다,
코로나가 1년쯤 접어들 때부터 정신적으로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해지자 잡생각이 많아지고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들다 보니 무작정 헬스장에 나갔습니다. 원래 운동은 틈틈이 1주일에 3~4일은 항상 했었는데, 코로나 때는 뭐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지라 그냥 헬스장에 매일 나갔습니다, 운동하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안 나더군요 ㅎㅎ...
그래서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집에서 누워있다가 잡생각이 들려고 하면 무조건 헬스장에 나가서 그냥 멍 때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돈이 없으니까 술도 안 먹지, 담배도 끊었지, 잠도 저녁 10시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지, 식욕도 별로 없고 밥도 귀찮아서 닭가슴살 같은 거 대충 먹었습니다. 자의적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이런 규칙적인 생활에 운동도 하니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더군요ㅎ...
그러다가 몸을 만드는 것에 욕심이 나서 6개월 뒤로 바디 프로필을 무작정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예약을 할 때 절반 정도는 선입금을 해야 되는데, 예약한 날짜에 몸을 못 만들어서 사진을 못 찍으면 예약금은 그냥 날아가는 돈입니다.
당시에는 돈 만원 한 장이 귀한 시절이었기에 이 돈을 날리지 않기 위해서 운동을 엄청 빡세게 했습니다.
하루에 웨이트 2시간 유산소 3시간 거의 뭐.... 운동에 뇌가 잠식되는 상황이까지 벌어졌습니다만,
바디 프로필을 찍을 날짜쯤 왔을 때 깨달았던 것 두 가지는 1. 두 번 다시는 못하겠다 2. 건강이 오히려 망가지는 것 같다.입니다.
당시 체지방을 2.5%까지 뺐었는데, 이 정도까지 가면 몸에 지방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몸에 기력이 하나도 없고 계단을 오르면 현기증도 나고 집에 오면 누워 있는 거 외에는 움직이는 건 할 수가 없습니다 ㅎ
그러다가 바디 프로필 찍기 이틀전에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
6개월이면 정말 많이 참아주고 배려해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뭔 항상 풀떼기만 먹으러 주변에 샐러드 집만 가고(심지어 드레싱도 안 뿌림.. 그냥 쌩 야채..)주식은 닭가슴살과 고구마, 그 외에는 카페만 다니고 뭐... 그닥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가끔씩 영화 좀 보고.... 거기다 술도 안 마시고... 저녁 8시쯤 되면 몸에 기력이 딸려서 머리가 핑핑 돌아서 쉬어야 됩니다.. 흠;
사실 이게.... 생각해 보면 제가 여자여도 그런 남자친구는 너무 싫을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뭐 여차여차 힘들게 바디프로필을 찍고 다시 복근은 실종됐지만, 지금은 몸이 전보다 훨씬 커져서 하루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을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꾸준히 1~2시간씩 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 체력 관리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 현업에 있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바텐더들을 보면 몸이 성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오래 서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질병이 허리 디스크 이고 하지 정맥으로 고생하는 바텐더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술과 밀접한 관계이다 보니 술까지 많이 마시면 특히 간이나 위장 계열 특히 안 좋아지기 때문에, 체력관리와 영양제를 필수로 챙겨야 됩니다.
저는 하루에 오메가3, 블랙 마카, 아르기닌, 슈퍼 엔자임, 종합 비타민, 밀크시슬, 유산균까지 거의 영양제 도핑을 하다시피 하고 근무에 임합니다. (운동할 때는 부스터, 글루타민, BCAA, 프로틴 필수)
20대 시절에는 뭐 워낙에 회복력이 좋기 때문에 큰 잔병 치레가 없지만 30대부터는 체력 관리를 하지 않으면 훅 갑니다. 그리고 체력 관리를 하지 않으면 노화가 빨리 오는데, 그건 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음주는 적당히, 흡연은 되도록이면 안 하시면 좋겠지만 20대 때아니면 해볼 수 없으므로 이미 하고 계신 분들은 좀 더 인생을 즐기시고;; 30대에 접어드는 순간부터는 필수적으로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쓰심이 좋을듯합니다.
저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술을 매일같이 입에 달고 살았고 담배를 20년 가까이 폈습니다만,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다 마흔 전에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라는 말에 담배를 한 번에 끊었습니다.
운동이 제 삶에 정말 많은 부분을 바꿔주었는데,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과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물론 진상 손님을 만났을 때는 예외임...)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저도 목표이지만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체력이 좋아야 되며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들 금전적으로 여유로워도 건강을 잃었을 때는 그 돈이 전부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바디 프로필은 살다가 한 번씩 실연 당하거나 자기 자신을 다시 단련 시키기 위해서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하지만 그 기간에는 연애할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그리고 두 번 다시는 할 게 못된다고 했지만 한 번 해보고 나면 할만 해서 올 해 한번 더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