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강의를 시작한 지 6년 차에 접어들었고 곧 새 학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저도 호텔 경역 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시절 제가 강의하는 주장 실무 과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이 많았던 강의였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화이트 스피릿 병에는 물, 위스키 병에는 보리차를 채워서 칵테일 강의와 실습을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가끔 술을 사용하기도 했었지만 시험 때를 제외하면 거의 물로 실습을 했었습니다. 당시에 교수님께서 만들어 알려주셨던 제 인생의 첫 올드 패션드는 흰 각설탕을 2개 넣고 클럽 소다로 각설탕을 녹인 뒤 짐빔 화이트 버번과 물에 희석한 앙고스트라 비터를 넣어서 만든 조주기능사 실기 레시피 올드 패션드가 생각이 납니다.
술에 물 탄듯한 올드 패션드를 마셔보고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아니 이딴 걸 도대체 왜 마시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술 대신 거의 물을 썼던 건 지금 생각해 보면 재료비 부합하는 상당한 등록금을 지불했음에도 어째서 술 대신 물을 쓰게 하였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뭘 만들든 싱크대로 직행할 것이 뻔했으니...)
그 당시에는 Bar라는 곳을 가본 적도, 바텐더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었으므로 교수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실무 과정에서 배운 조주기능사 레시피가 세상의 실질적인 공통 레시피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재학 기간 동안 반년이면 수료할 법한 쉬운 난이도의 조주 기능사 강의 실습만 2년 내내 하고 졸업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상경해 보니 학교에서 배웠던 실무 교육과 기술들이 현실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수님이 알려주셨던 지식과 기술은 현실 너무나 달랐고 시대가 변해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올드 패션드 칵테일 레시피는 어디까지나 자격증용이었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습니다.
매해 강의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학생들이 얼마나 잘 따라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따라올 수 있는 단계보다 한 단계 위로 목표를 잡고 계획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나보다 더 현대적이고 트렌드 한 음료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교와 스승이 있었다면 등록금을 전액 환불해 주겠노라고 이야기합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과 기술들이 한 물간 구닥다리가 아니라 현실에서 응용할 수 있는 가장 트렌디한 기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때 처음 경험했던 올드 패션드를 생각하면 입가에 실소가 번지는데, 그럴 때마다 더 이상 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없겠다, 라고 생각이 들면 그때는 제가 스스로 그만 둘 생각입니다.
항상 수준 높은 강의를 하려고 노력을 하는 이유는 제가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고 저처럼 그 시절의 대학 교육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