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쉐이커는 바텐더 개개인마다 선호하는 브랜드나 종류에 따라서 전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무조건 좋고 옳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쉐이커는 흔드는 칵테일에 어김없이 사용되어야 하는 필수 장비인데, 주로 과즙이 들어가는 주스나 시럽이 재료로 들어가는 칵테일을 만들 때 쉐이커를 사용합니다.
감귤류 과일 주스&시럽이 들어가는 칵테일의 경우 쉐이킹을 해야 하는데, 쉐이커가 없어서 이 쉐이킹 과정을 건너 뛰고 빌드로 부어서 만들게 되면, 어딘가 맛이 굉장히 따로 노는 맛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알코올 맛 따로 주스 맛 따로 시럽의 설탕의 단 맛 따로.
음...뭔가 굉장히 이질적인 식감이 느껴지는데, 봉지 라면을 조리법 대로 불에 끓여먹지 않고 뽀글이로 뜨거운 물에 불려 먹는 맛이랄까.... (뽀글이 특. 군대 전역하고 먹으면 맛없음;)
우리가 쉐이커를 사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칵테일의 온도를 빠르고 차갑게 만들 줄 수 있고 내부의 재료를 원활하게 섞어주기 위함입니다. 이 이유에서라면 쉐이커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아무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보스턴 쉐이커와 코블러 쉐이커는 엄연히 칵테일의 종류와 어떤 맛을 표현해야 할지, 용도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전부 사용하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저희 업장에서는 보스턴 쉐이커의 사용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이 두 종류의 쉐이커의 용도와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블러 쉐이커는 1884년에 최초로 개발되었다고 알려지는데, 코블러(Cobbler) 스타일 칵테일에서 비롯되어 코블러 쉐이커라고 불렸습니다. (코블러 칵테일에 관해서는 다음에...)
캡(뚜껑), 스트레이너(걸름망), 바디(몸통)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저는 보통 칵테일의 총 용량의 120ml 가 넘어가지 않으며, 알코올과 시트러스 종류의 맛을 날카롭게 살리고 싶을 때 사용하는 편입니다. 김렛, 다이키리, 마가리타 같은 클래식 칵테일을 만들 때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칵테일을 제조하는 사람의 쉐이킹의 방식, 즉 팔의 궤도나 손목의 스냅, 얼음의 종류 및 갯수에 따라 미세한 맛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기 때문에 초보자보다는 쉐이킹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중급자부터 사용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코블러 쉐이커의 경우 브랜드에 따라 큰 가격 편차를 보이는데, 저는 일본 유키와(YUKIWA) 브랜드의 디럭스 쉐이커를 가장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쉐이커의 디테일한 부분의 마감 상태가 좋으며, 무엇보다 제 손에 감기를 쉐이커의 쉐입이 아주 좋기 때문에 저는 유키와 디럭스 쉐이커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Tin on Tin 혹은 Glass on Tin 작은 틴의 형태나 유리 믹싱 글라스를 끼워 쓰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예전에는 유리로 된 형태의 쉐이커를 주로 사용했으나, 저는 무거워서 유리보다는 틴 온 틴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두 개의 틴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며, 코블러 쉐이커보다 한눈에 봐도 크기가 훨씬 큽니다, 저는 칵테일 재료의 용량이 120ml 이상 사용되는 칵테일에 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만, 단순히 사용되는 액체의 양이 많기 때문에 사용한다기보다는 코블러 쉐이커보다 안에 들어가는 산소의 양이 많기 때문에 주스나 시럽을 사용했을 때,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을 표현하고 싶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보편적으로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에스프레소 마티니, 위스키 사워 같은 칵테일에 적합하며, 특히 계란 흰 자가 사용되는 사워 타입의 칵테일에는 흰자를 풀어주는 드라이 쉐이킹 과정이 들어가야 되므로 필수적으로 보스턴 쉐이킹을 사용해야 합니다. 에스프레소 마티니, 위스키 사워 같은 칵테일은 쉐이킹의 공기의 유입량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 칵테일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보스턴 쉐이커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얼음만 사용해서 쉐이킹해도 초보자들도 완성도 높은 퀄리티의 맛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강하게 흔들어 주기 때문에 스트레이너와 더블 스트레이너로 잘게 부서진 얼음을 걸러내줘야 하므로 보스턴 쉐이커를 사용할 거라면, 스트레이너 및 더블 스트레이너가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는 미국의 코리코(Koriko) 틴 온 틴 보스턴 쉐이커를 선호합니다. 틴의 아랫부분에 미묘하게 무게를 더 해줄 추가 덧붙어 있기 때문에, 너무 가볍지 않은 무게와 쉐이킹할 때 미세하게 중심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므로 매우! 선호합니다.
결과적으로 코블러든 보스턴이든 어떤 쉐이커를 선택하던지 모든 칵테일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두 종류다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데, 굳이 둘 중에 하나만 사야 한다면 코블러 보다는 보스턴 쉐이커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스턴 쉐이커로는 모든 칵테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나, 위에서 언급한 날카로운 신맛이나 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알코올 향과 맛을 살릴 수 있는 칵테일을 만들어내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김새가 똑같은데, 반드시 좋은 브랜드의 기물을 사용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제 대답은 '네!!!!!!!당연히 좋습니다!!!!!' 입니다.
같은 스테인리스 재질일지라도 파츠의 정교한 결합이나 마감 상태를 비교해 보면 저렴한 중국산과 가격이 무려 10배 이상 차이 나는 수입 브랜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일반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릴 수 있겠으나 다이슨 드라이기로 훨씬 디테일하게 머리를 말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